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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슬의 詩내기

[채광석] 밧줄을 타며 外

by 정소슬 posted Jun 24,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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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광석] 밧줄을 타며 外

 


밧줄을 탄다


히말라야 산맥 우리의 형제와 동료들의
목숨을 머금은 봉우리에 오르기 위하여
도봉산 인수봉의 바위벽, 설악산 골짜기의 얼음벽
밧줄을 탄다 기어 오른다
하나의 밧줄에 차례로 몸을 엮고 하나의 운명되어
목숨을 걸고 한 발 두 발 비지땀을 흘리며
식은땀을 훔치며 목숨을 걸로 한 발 두 발
땡볕 아우성치는 여름이나 혹한 내리꽂히는 겨울이나
저 꿈에도 못 잊을 원한과 열망의 봉우리
꼭대기에 두 발을 딛고 새 하늘 새 땅을 보기 위하여


산사나이들 밧줄을 탄다


비바람이 밀치고 설한풍이 손끝 발끝을 흔들고
뇌성벽력이 몰아친다 해도
밧줄을 놓을 수는 없다


그것은 목숨이기에 단속반원들 우르르 달겨들어
패대기치더라도 리어카는 우리의 목숨의 줄이므로
비루먹이고 병들게 하고 꼬드김 손찌검
발길질 똥바가지질 몽둥이질 이간질
쳐대도 노동삼권은 우리의 목숨이므로 민주화는
통일은 우리의 목숨이므로


목숨을 탄다


민주 민족 민중의 산맥 우리의 선열들과 형제들의
목숨을 머금은 봉우리에 오르기 위하여
공장 농촌의 얼음벽 학교의 바위벽
벽을 탄다 기어오른다
하나의 밧줄에 차례로 몸을 엮고 하나의 운명 되어
목숨을 걸고 한 발 두 발 비지땀을 흘리며
식은땀을 훔치며 목숨을 걸고 한 발 두 발
아우성치는 압제의 손길 내리꽂히는 수탈의 손길을 뚫고
저 꿈에도 못 잊을 원한과 열망의 봉우리
꼭대기에 두 발을 딛고 새 하늘 새 땅을 보기 위하여
외치며 노래하며


민족의 아들 딸
밧줄을 탄다 목숨을 탄다


민주주의여
통일이여
질기기질긴 목숨의 밧줄이여

 

 

 

사랑

 


온몸의 피 다 흘리고 눈물마저
바닥나더라도
이제 남은 것은 사랑,
미워하고 미워하며
미워한 끝에 이제
이 삶에서 가랑잎마냥 걸려 있는 것은
사랑뿐이어,
뜬세상 하염없는 소망들과
어쩌지 못할 원한들에 부대끼면서
갉히고 갉힌 나머지는
야윈 사랑,
네가 죽고 내가 갇혀 이제사 찾아온
사랑뿐,
가자
이제는 메고 온 짐 스스로 짊어지고
매달리러 가자,
먼저 간 자가 비워 두고
비워 두고
비워 두고 하늘로 떠났다는
비인 무덤에
가자,
사랑으로 고운 삼베에 싸여
사흘 잠자러 가자.

 


<시인의 약력>
che_gwang_seok.jpg   채광석 (1948년~1987년)
  1948년 태안군 안면읍 창기리 출생.
  1968년 창기초등, 안면중, 대전고를 거쳐 서울대 사대 영어교육학과 입학.
  1971년 학원민주화 투쟁에 적극참여, 위수령 발동 후 강제 군입영당함.
  1975년 긴급조치9호 위반으로 2년 6개월간 옥고.
  1980년 5.17 쿠테타 후 계엄포고령 위반으로 체포, 40일간 고문 끝에 기소유예로 석방.
  1983년 문학평론 「부끄러움과 힘의 부재」, 시 「빈대가 전한 기쁜 소식」으로 문단 데뷔.
  1984년 자유실천문인협의회(현 한국작가회의) 재창립주도, 총무간사와 집행위원으로 활동.
  1986년 민중문화운동협의회의 창립주도, 실행위원으로 활동.
  1987년 교통사고로 타계.

 

Who's 정소슬

profile

브랜드 : 정소슬
메이커 : 1957년식 울산 産
성능/직업 : 비정규직
취미 : 긁적이기, 똥폼으로 사진 찍기
잡기 : 음치, 몸치, 길치... 등 중증 치과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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