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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슬의 詩내기

[윤영춘] 지금은 새벽 外

by 정소슬 posted Apr 15,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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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춘] 지금은 새벽 外

 


지금은 새벽일다ㅡ
보이지 않던 길 뚜렷이 나타나고
배는 별을 따라 바른길 찾아갈
지금은 밝아오는 새벽일다.


어둠을 타서 사냥하던 올빼미는
숲속에서 머뭇거리고
외치는 이리소리조차 없어질
지금은 동터오는 새백일다.


나는 이 새벽에 우울한 잠을 깨어나
햇빛받은 일터로 나가며
가슴에 찬 노래를 불러
희망의 날을 아뢰나니,


시기와 굴욕과 허물을
어둠속에 묻어 버리자
우렁찬 사이렌과 함께
이 새벽은 확실히 우리들의 새벽이어니.


아름답다 새벽이여 힘찬 새벽이여
밝아오는 하늘과 땅 들려오는 새소리조차
우리 몸에 새 피 부어넣는
오오, 創造(창조)의 새벽이여, 우리들의 새벽이여.


- 1933년 <신동아 신춘문예> 당선 시

 

 


감방(監房)

 


비 떨어지는 전나무를
검은 손길 와서 만지는가,


젖은 전나무의 잎은
숨가쁜 유리창을 닦어주노니,


얼음처럼 단정해진 나,
하루를 천년 삼는 캘린더여.


밖에 발자국 소리
내 귀엔 가변 춤으로 들려라.


창 맞대고 짖는 강아지는
나사로에게 하던 양으로 내 발 핥으려는가.


천정에 쥐새끼야
먹다 남은 것 떨어뜨려라.


주려 주워먹고 빌어먹어도
결백이야 한푼 팔리 있으랴.


비 떨어지는 전나무에
서리 오고 검은 밤이 통곡한대도.


(1943년)

 

 


조충혼(弔忠魂)

 


새벽닭 울 때 눈을 감었다
바다의 소란한 파도소리 들으며


囹圄(영어)의 몸에 피가 말러가도
꿈이야 언젠들 고향 잊었으랴


스산한 착고소리 들려올 제
문들레 웃음으로 맘 달랬고


창 안에 비낀 달빛 만져가며
쓰고싶은 가갸거겨를 써 보았나니,


근심에 잡힌 이마 주름살
나라 이룩하면 절로 풀렸으련만


채찍에 맞은 상채기 낫기도 전에
청제비처럼 너는 그만 울며 갔고나.


(1945. 2. 조카 東柱(윤동주) 獄死한 날)

 

 


北窓(북창)을 열고

 


북풍한설(北風寒雪)이 모질게 불어와도
나는 北窓을 활짝 열고


北쪽 잃어버린 땅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는다


겨울이 지나고 봄철이 됐으니
제비가 강남에서 돌아왔을 것이고


굽이쳐 흐르는 강둑에는
철쭉꽃이 만발했을 것이고


그 살진 땅 잔디 보료에는
이슬이 대롱대롱 달렸을 것이고


살구꽃 사이를 햇병아리와 메추리가
먹이를 구하려 떼지어 다닐 것이고


복숭아꽃도 소담지게 폈을 것이며,
내가 떠나던 때의 태양은 그 날 그 모습대로
조금도 변함 없이 떠올랐을 것이다.


비 온 뒤엔 무지개가 마을을 둘러
색동저고리를 해 입은 듯했고


별이 유달리 반짝이던 고장
그 마을이 한없이 그리워져


고향 하늘을 쳐다보며
이 北窓을 연다.


내 고향 사투리가 무쇠여 가는 이 무렵
고향의 가락이라도 듣고 싶어-


이 北窓을 열고
귀를 솟구쳐 소리를 엿듣는다.


(1978년 4월)

 

 

 

<시인의 약력>
yoon_young_choon.jpg   윤영춘 (尹永春. 1912∼1978)
  시인. 영문학자. 중문학자. 호 활엽(活葉). 함북 회령(會寧) 출생.
  일본 메이지(明治)학원 고등부 영문과, 니혼(日本)대학 법문학부 졸업. 미국 프린스턴대학원에서 2년간 연구하고, 중국으로 건너가 기자생활을 하다가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 메이지학원에서 교편을 잡았다.
  당질인 윤동주(尹東柱)가 체포될 무렵 사상불온으로 검거되어 옥고를 치르기도 하였으나, 8.15광복 후 동국대학 등의 강사를 거쳐 경희대학 초급대학 및 산업대학 학장을 역임하였다.
  1931년 [아이생활]에 시 <비>를 발표, 1933년 [신동아] 신춘문예에 시 <지금은 새벽>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으로 <무화과>(1948) <하늘은 안다>(1954)
  에세이집으로 <행복은 너의 것>(1965) <지금 너 있는 곳>
  번역서로 <임어당 전집> <장개석 전기> <창세기> <논어> <장자(莊子)> <한비자>
  기타 저서로 <현대중국시선> <중국문학사> <인생과 문학> <19세기 동서문학> 등이 있음.


*. 가수 윤형주의 부친이며 민족시인 윤동주의 당숙. (윤형주와 윤동주는 6촌간)

 

Who's 정소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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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 정소슬
메이커 : 1957년식 울산 産
성능/직업 :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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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기 : 음치, 몸치, 길치... 등 중증 치과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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