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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슬의 詩내기

[영화-드라마 속 독립운동가] MBC 드라마 <절정>의 이육사

by 정소슬 posted Feb 27,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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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쓰던 청년이 총 들기까지... '인간' 이육사를 만나다

[영화-드라마 속 독립운동가] MBC 드라마 <절정>의 이육사

[오마이뉴스] 이정희(ama2010) | 19.02.26 18:28 최종업데이트 19.02.26 18:28

 

 

 

 

2019년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다. 1910년 한일 합방 이후 9년, '국치'를 견뎌내지 못한 우리 민족은 3.1 운동을 일으켰다. 앞서 2월 8일 동경 유학생들의 독립 선언이 있었고, 일부 선각자들은 비폭력 선언으로 전 민족적 저항 운동을 발화시켰다.

 

일제의 폭압으로 미완의 혁명이 된 3.1 운동은 이후 보다 조직적이고 지속적인 독립 운동에의 열망을 불러일으켰다. 그 결실로 국내외에 7개 이상의 임시정부가 세워졌고 1919년 9월 상해 임시정부로 통합되었다. 이렇게 선열들이 빼앗긴 조국을 되찾기 위해 용트림을 한 이후 100년이 흐른 올해, 이를 기념하기 위해 여러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나도 드라마에 등장했던, 기억에 남는 '독립운동가'를 되살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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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육사 열사ⓒ Wikimedia Commons

 

<절정> 그리고 이육사가 된 눈이 맑은 아이 이원록

 

과연 그 시절 독립운동을 했던 선열들은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어쩌면 우리가 지금 가장 먼저 되짚어봐야 할 질문이 아닐까. 기억의 저편 속에 사라져가는 인물이거나 혹은 그 반대로 추앙받는 영웅으로서가 아니라, 독립 운동가의 실제적 삶을 실감하는 게 먼저여야 한다. 그것에 가장 근접한 작품 중 하나가 바로 2011년 8.15 광복절 특집극으로 방영된 MBC 2부작 드라마 <절정>이다.

 

     "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

     마침내 북방으로 휩쓸려오다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

     서릿발 칼날진 그 우에 서다

     어데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이러매 눈 감아 생각해 볼 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 이육사 '절정'

 

드라마 <절정>은 그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육사 시인의 삶을 그려낸 작품이다. 마흔의 생애 동안 17번의 옥고를 치른 시인이자 독립운동가 이육사. 이 분의 생애야 말로 일제 시대 지식인의 삶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본보기 아닐까.

 

드라마에선 배우 김동완이 이육사로 분했다. 시작은 어린 이육사로부터다. 퇴계 이황의 집안, 안동에서 할아버지에게서 한학을 배우던 어린 시절의 이육사를 드라마는 '눈이 맑은 아이'로 그린다. 폼나게 살고 싶었던 아이, 부모님을 모시고 아메리카를 여행하고팠던 꿈에 부풀었던 아이, 어려서부터 형제들과는 다르게 멋을 알았던 아이, 무엇보다 눈이 맑아 세상을 투영하게 바라보려 했던 아이. 그래서 할아버지는 아이 이육사의 삶이 고달플까봐 걱정했다.

  

눈이 맑았던 아이는 자신이 바라본 세상을 시로 썼다. 드라마에서 그토록 집요하게 이육사를 쫓던 박이만 형사(엄효섭 분)는 이육사의 시에 마음을 허물고 그를 설득하기 시작한다. 자신에게 당신이 나르던 군자금의 배후를 알려주면 당신을, 당신의 시를 놓아주겠다고. 그러니 제발 살아나가서 시를 쓰라고. 당신의 시가 아깝다고. 그러나 이육사는 초연하게 답한다. "내가 살아서 나가면 내가 시를 쓸 수 있을까." 이 한 마디는 바로 시인 이육사의 삶을 대변한다.

 

이창동 감독이 만든 <시>라는 영화가 있다. 당시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의 영광을 안은 이 영화는 미자라는 늦깍이 시인 할머니의 이야기이다. 지방 소도시 손자와 함께 사는 미자(윤정희 분)는 우연히 동네 문화원에서 '시' 강좌를 듣게 된 이후 삶이 변한다. 지금까지는 상투적으로 살아왔던 시간, 시를 배우며 일상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려 하며 감수성을 북돋우려 했던 미자 할머니의 노력이 맞닥뜨린 건 뜻밖에도 전혀 아름답지 않은 세상이었다. 결국 '시인'이 되어버린 할머니는 세상의 부조리, 자기 삶의 모순을 자신의 온 몸으로 감수해 내고야 만다.

 

바로 이 이창동 감독 영화 속에서 보여준 시인의 모습이 눈이 맑았던 아이 시인 이육사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육사는 감옥에서도 칙칙한 수의가 싫었던 소년 같았다. 그의 어머니는 "너는 일찍이 독립운동에 눈 떴던 집안의 형제들과 달리 편안한 삶을 살기를 원했다"고 하셨지만 이육사는 형제들과 다른 길을 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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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광복절 특집 드라마 <절정> 포스터ⓒ MBC

  

시인이기에 비타협적 독립 운동가가 된 이육사

 

집에서 한학을 배운 이원록(이육사의 본명)은 경북 영천과 대구에서는 신학문을 배웠고 좀 더 넓은 세상을 알기 위해 일본으로 떠났다. 그는 그곳에서 관동대지진의 참상을 몸소 겪게 된다. 조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죽임을 당해야 했던 상황이었다. 위기의 순간 원록 앞에 윤세주(이승효 분)라는 또 다른 청년 운동가가 운명처럼 등장한다.

 

3.1 운동 만세 시위를 주도했으며 훗날 의열단원, 신간회를 거쳐 조선의용대로 활약했던 독립투사 윤세주. 관동대지진을 배경으로 이렇게 서로 다른 두 식민지 청년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자신 때문에 윤세주가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죄책감을 가졌던 이육사는 관동대지진 이후 무차별적 학살의 충격으로 고향에 칩거한다. 그러나 윤세주가 자신을 찾아오자, 기꺼이 그를 따라 독립운동의 길에 나설 것을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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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광복절 특집극 <절정> 스틸 컷. 이육사 역을 맡은 김동완의 모습.ⓒ MBC

  

그러나 이육사는 1926년 대구 은행 폭파 사건에 연루됐다는 혐의로 3년형을 받고 복역한다. 청년은 모진 고문의 시간을 견디며 3년을 살고 나왔다. 하지만 그 모진 고문도 그의 의지를 꺾지 못했다. 오히려 그의 의지에 불을 붙이는 계기가 됐다. 이육사는 복역 이후 북경으로 떠난다.

 

윤세주를 따라 북경으로 가서, 이육사가 선택한 것은 조선 혁명 군사 정치학교였다. 간부 훈련반에 입교해 훈련을 받은 그는 국내로 잠입해 활동한다. 신문사 일도 잠깐, 곧 군사학교 출신이라는 게 밝혀져 다시 감옥으로 가게 된다.

 

드라마 초반 눈이 맑았던 그 청년은 관동대지진과 의열단 윤세주를 만나며 세상에 눈을 감지 않으려 다짐하는 지식인으로 변화한다. 그리고 그 고뇌는 펜 대신 총을 드는 선택으로 이어진다. 자신의 이름 원록 대신 수인 번호 264번을 필명으로 선택했던 식민지 지식인의 비타협적 선택을 드라마는 담담하게 그려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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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광복절 특집극 <절정>의 한 장면. 부인 안일양(서현진 분)과 이육사의 모습.ⓒ MBC

 

드라마에는 이육사 개인의 삶도 잠시 나온다. 이육사는 집안의 결정으로 안일양(서현진 분)과 혼인하게 된다. 그러나 짧은 신혼 이후 이별의 시간이 길었다. 이육사는 잦은 징역을 살아야 했기에, 어렵게 얻은 아들의 죽음조차 지킬 수 없었고 아내의 고통 역시 헤아리지 못했다. 슬픈 가정사를 기꺼이 감내할 수밖에 없음에도 독립 운동을 선택한 한 개인의 삶을 드라마는 애절하게 그려냈다.

 

드라마는 또 이육사를 배신한 친일 문학가 노윤희(윤지혜 분), 서진섭(백종민 분)을 통해 일제 시대를 살았던 이들의 서로 다른 선택을 극명하게 보여주기도 했다(극중에 등장한 친일 문학가들은 서정주, 최정희 등에서 모티프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이육사는 그들 가운데서 고뇌하지만 타협하지 않고 끝내 다시 총을 든다.

 

그의 이러한 선택을 보여주면서 드라마는 독립운동가들의 비타협적 삶의 가치를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설파한다. "내 고향 칠월, 청포도가 익어가던 시절"의 문구를 아끼던 윤세주, 일제에 의해 희생된 아내에 대한 사랑을 독립의 실천으로 다하려 했던 강문석(박성웅 분)은 이육사의 헌신적 삶과 함께 오래도록 여운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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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광복절 특집극 <절정>의 한 장면. 윤세주(이승효 분)의 모습.ⓒ MBC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山脈)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 곳을 범(犯)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光陰)을

     부지런한 계절(季節)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梅花香氣)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白馬)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曠野)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 이육사 '광야'

 

이육사는 살아 생전 시집 한 편 펴내지 못한 시인이었다. 그가 북경의 감옥에서 사망하고, 그의 아우가 유고작들을 모아 펴낸 시집이 오늘날 회자되는 이육사의 시다. 그의 삶은 오롯이 시가 되어 오늘날까지도 우리의 마음을 울린다.

 

극중에서 노윤희는 "나는 태어나면서부터 일본이 지배하는 세상에 살았다"고 "지금 우리가 하는 독립 운동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른다"고 말한다. 그래서였을까. 시인 서정주는 실제로 "해방이 그렇게 빨리 올 줄 몰랐다"고 말하기도 했다.

 

36년은 분명 누군가에게는 태어나고 자랐던 시간이다. 그 긴 시간 동안, 17차례나 투옥 당하며 언제 끝날지 모를 억압을 견딘 사람들이 있었다. 윤세주가 다시 일제에 잡혀 고문 당하는 게 싫어서 자결할 독약을 지니고 다녔던 시절이었다. 그 시간을 견디며 그럼에도 자신의 신념을 포기하지 않고 실천할 수 있었다는 게 얼마나 힘겨운 일이었는지, 그 삶의 무게를 <절정>은 애써 표현하려 노력한다.

 

출처 : http://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aspx?CNTN_CD=A0002514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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