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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슬의 詩내기

미당문학상 심사위원 출신 문화예술위원장, 맞지 않다

by 정소슬 posted Dec 16,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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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당문학상 심사위원 출신 문화예술위원장, 맞지 않다

[주장] 황현산 문화예술위원장 인사 유감

[오마이뉴스] 17.12.15 18:21 l 최종 업데이트 17.12.16 11:34 l 글: 박도(parkdo45) 편집: 김지현(diedie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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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오른쪽)이 지난 5일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에서 황현산 신임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학평론가 황현산 고려대 명예교수가 지난 11월 27일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부터 신임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으로 위촉됐다. 황현산 위원장은 지난 1일부터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으로 공식 임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문단 안팎의 비판 여론이 거세다. 황현산 위원장 인사를 두고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는 잘못된 인사'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황 위원장은 고려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남대·강원대 교수를 거쳐 1993년부터 2010년까지 고려대 불어불문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그밖의 이력도 화려하다. 한국번역비평학회장, 미당문학상 심사위원 등을 역임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이던 지난 5월 문인 423명의 지지선언에도 참여했다.

 

내가 직접 만나거나 통화한 여러 명의 문인,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교육홍보실장 등은 이구동성으로 그의 미당문학상 심사위원 경력을 지적하고 비판했다. 한 번이면 그래도 묵인할 수 있지만 수 차례 심사위원으로 임한 것은 친일파 문인 미당 서정주에 대한 칭송으로 읽힐 수 있다. 황 위원장 인사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이들은 '촛불 민심을 외면한' '지난 정권 때와 다름 없는 인사'라고 입을 모았다.

 

아직 우리나라는 독립이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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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문제연구소(이사장 조문기)와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위원장 윤경로)는 29일 오전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컨퍼런스홀에서 '친일인명사전 수록예정자 1차명단' 3090명을 발표했다. 조문기 민족문제연구소 이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고 조문기 민족문제연구소 이사장.  

ⓒ 오마이뉴스 권우성

 

나는 그들의 비판을 듣자 문득 두 사람이 떠올랐다. 첫 번째는 일제강점기 무장 의혈 독립운동의 마지막 의거인 부민관 폭파사건 주동자였던 고 조문기 의사. 나는 그분을 생전에 만난 적이 있었다. 2003년 11월 27일 태평로 서울시의회 옆 오양수산 건물 302호실 조선민족대동단기념사업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어서 오세요. 박도 선생, 아니 박 동지."

 

중절모를 쓴 노신사가 손을 내밀었다.

 

"조 이사장님(당시 그는 민족문제연구소 이사장이었다).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동지'라는 호칭은 가당치 않습니다."

 

그러자 조 이사장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나는 박 동지가 쓴 <민족반역이 죄가 되지 않는 나라>라는 책을 봤어요. 상해, 북경, 만주의 그 많은 항일유적지를 다 둘러보고, 다음 세대를 위해 책을 낸 사람은 내게 마땅히 동지입니다. 총칼을 들고 일제에 대항한 것만 독립운동이 아니에요. 붓을 들고 진실을 전하는 것도 아주 소중한 독립운동이에요. 나는 아직 우리나라가 완전히 독립된 나라라고 보지 않아요."

"네에?"

"우리는 아직 독립이 되지 않았습니다. 친일파와 그 후손들은 일제강점기 때보다 지금이 더 살기 좋은 세상입니다. 일제강점기 때는 그래도 일본 놈들을 상전으로 모시느라 그놈들 눈치라도 봤지만, 지금은 아주 네 활개를 펴고 떵떵거리며 살고 있지 않습니까?"

 

서정주의 처신, 황현산과 미당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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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 고창은 미당 서정주의 고향으로 부안면 선운리에는 미당시문학관이 자리하고 있다. 문학관에는 서정주의 작품과 사진, 유품 등이 전시돼 있다.  

ⓒ 연합뉴스

 

나는 그때 그 발언에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내가 근현대사를 깊이 공부하고, 항일유적지를 답사할수록 조 이사장의 말에 차츰 공감했다. 언론인 정운현씨(전 <오마이뉴스> 편집국장)는 <친일파는 살아있다>라는 저서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민족을 배반하고 일신의 영달만을 꾀했던 친일파 가운데 자신의 죄과를 사죄한 자는 겨우 손에 꼽을 정도다. 반면 그들 가운데는 자신의 친일을 미화하거나 변명하였으며, 더러는 독립유공자로 둔갑해 훈장을 받기조차 했다.

 

특히 그들의 후예(후손 및 후학)들 가운데 더러는 공공연히 친일 전력자의 이름을 딴 상을 제정하거나 기념사업회를 만들어 이들의 친일 경력을 세탁하고, 심지어 미화작업에도 나서고 있다. 민족정기가 제대로 선 나라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들이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 그야말로 파렴치가 극에 달한 형국이다." - <친일파는 살아있다> 7쪽

 

일제강점기에 자의 혹은 타의로 친일행위를 한 문인은 여럿 있다. 그중 미당 서정주의 친일 행각은 그 심도가 깊을 뿐 아니라, 이후 참회하거나 자성의 빛을 보이지도 않았다. 지금까지 드러난 그의 친일작품 목록을 보면 <징병 적령기의 아들을 둔 조선의 어머니에게> 등 평론 2편, <인보의 정신> 등 수필 3편, <최체부의 군속지망> 소설 1편, <항공일에> 등 시 4편 등 10편이다. 이중 <항공일에>는 일본어로 발표했다.   

 

백 번 양보해서 그 시절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친일의 글을 썼다고 해량(海諒)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해방 후 자유당 때에는 이승만 대통령 전기를 써서 권력에 빌붙었고, 5공 시절에는 전두환 대통령 찬가를 써서 아첨했다. 그는 2000년에 눈을 감았다. 그가 지금까지 살아 있었다면 어떤 글을 내놨을지 가늠이 안 될 정도다.

 

대학에서 강의한 황현산 위원장은 문학평론가로 누구보다도 미당에 대한 연구가 깊다. 2001년 <창비> 겨울호에 실린 '서정주의 시세계'라는 비평문에서도 볼 수 있듯이, 그는 미당의 생애 행적뿐 아니라 시 세계까지도 두루 관통하고 있다. 그것은 문학비평가로서 지당한 일이다.   

 

한국 문학계에 '미당문학상'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상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미당 서정주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상이다. 이 상을 주는 곳은 <중앙일보>. 2001년부터 미당문학상 수상자가 배출됐다. 제1회 수상후보였던 시인 오규원은 수상을 고사한 바 있고, 최근에는 송경동 시인이 이 상의 후보조차도 싫다면서 거부한 바 있다.

 

황현산 위원장은 당시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수차례에 걸쳐 미당문학상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다. 이는 미당의 친일 행적을 용인 혹은 방기하는 자세다. 문학비평가로서의 양식이 의심스럽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럼에도 황현산 교수를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으로 앉힌 것은 실책이라고 생각한다. 황현산 교수가 박근혜 정부 당시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전력이 있다는 점, 또한 그가 문재인 대선후보 지지선언에 동참했다는 점 등을 미뤄본다 하더라도 황 교수를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에 앉힌 것은 오판이라고 생각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반면교사 삼을 만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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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석보좌관회의에 입장하는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두 번째 떠오른 사람은 장제스(蔣介石)다. 이 이야기는 문재인 대통령이 꼭 새겨 들었으면 좋겠다.

 

중국 장제스의 국부군은 공산군보다 병력이나 무기가 10배나 많았다. 하지만 그런 장제스 국부군은 국공내전에서 공산군에게 연전연패한 이후 대만으로 쫓겨났다. 그 원인은 인사의 난맥과 부정부패에 있었다.

 

장제스는 그제야 정신을 바짝 차렸다. 그때부터 국민당 정권 안에 만연된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나라의 기강을 바로 세우기에 온 힘을 기울였다. 그는 가족들에게 절대로 부정에 연루되지 말라고 수차례 경고했다.

 

그런 가운데 장제스는 어느 날 그의 며느리가 밀수에 관련됐다는 보고를 받았다. 그는 며느리가 집을 비운 사이 수사기관에게 압수수색을 지시했고, 그 결과 엄청난 보석을 발견했다. 장제스는 보고를 받은 후, 며느리를 불러 밥을 사주면서 "이게 마지막 식사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식사가 끝나자 장제스는 며느리에게 보석 상자를 선물했다. 그 며느리는 집에 돌아가 상자를 풀어보니 거기에는 '권총' 한 자루가 들어있었다. 이를 계기로 그때부터 대만 국민들은 장제스와 국민당을 신뢰하게 됐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진다.

 

나라의 인재를 보다 널리 구하라. 누구 개인의 나라가 아니지 않는가. '이명박근혜' 정부의 인사정책 시행착오 전철을 답습치 말라.

 

문화예술인으로 높은 지조를 지키며, 어려운 때를 묵묵히, 모든 고난과 가난을 감내하면서 살아온, 올곧은 젊은 예술인들은 경향 각지에 지천으로 많다. 정권은 유한하다. 때를 놓치지 마시라. 세상 민심이란 하루 아침에 돌변한다. 뒤늦게 후회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야말로 버스 지나간 다음 손 드는 것과 다름 없다.

 

한비자(韓非子)의 '제궤의공(堤潰蟻孔)' 고사로 나의 쓴 소리를 마무리한다.

 

"천 길이나 되는 제방도 개미구멍으로 무너진다."

 


박도 기자(parkdo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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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 교단생활 후 원주에서 지내고 있다. 장편소설 <허형식 장군> <약속>, 역사다큐 <항일유적답사기><영웅 안중근>, 사진집<지울수 없는 이미지> <한국전쟁 Ⅱ> <일제강점기> <개화기와 대한제국> <미군정 3년사> 등.

 

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385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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