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
- 시 함석헌/ 작곡 박은영, 노래 문진오
시와 노래가사가 상이한 경우는 시를 기준하여 실었음.
만리 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이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어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 두거라" 일러 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 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시인의 약력>
· 1901년 평북 용천 출생.
· 1928년 일본 도쿄고등사범학교를 졸업
· 1956년 《사상계(思想界)》를 통하여 주로 사회 비평적인 글을 쓰기 시작
· 1970년 《씨알의 소리》를 발간하여 민중계몽운동 전개
· 1984년 민주통일국민회의 고문을 지냄
· 1989년 타계
· 선생은 '폭력에 대한 거부''권위에 대한 저항' 등 평생 일관된 사상과 신념을 바탕으로 항일·반독재에 앞장섬.
그래서 수 차례에 걸쳐 투옥, 감금 등 권력으로부터의 탄압을 받음.
· 2002년 광복 57주년을 맞아 [대한민국 건국포장] 추서.
· 저서 《뜻으로 본 한국역사》 《수평선 너머》
어렵고 핍박받던 그 시절
선생이야말로 우리에게 '그런 한 사람'이었다가 이 땅에 선연한 빛이 돌기 시작하자 시구(詩句)처럼 "저 하나 있으니"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으셨다.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는 선생의 평생을 기리기 위해 위의 詩가 새겨진 기념 시비가 세워져 있다 함(2001년 11월19일 건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