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노래
- 시 김대규 / 낭송 고은하
-> 시와 노래가사가 상이한 경우는 시를 기준하여 실었음.
-> 음원정보 :고은하의 시낭송천국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지면 가을이다
떠나지는 않아도
황혼마다 돌아오면 가을이다
사람이 보고 싶어지면 가을이다
편지를 부치러 나갔다가
집에 돌아와 보니
주머니에 그대로 있으면 가을이다
가을에는
마음이 거울처럼 맑아지고
그 맑은 마음결에
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떠보낸다
주여! 하고 하지 않아도
가을엔 생각이 깊어진다
한 마리의 벌레 울음소리에
세상의 모든 귀가 열리고
잊혀진 일들은
한 잎 낙엽에 더 깊이 잊혀진다
누구나 지혜의 걸인이 되어
경험의 문을 두드리면
외로움이 얼굴을 내밀고
삶은 그렇게 아픈 거라 말한다
그래서 가을이다
산 자의 눈에
이윽고 들어서는 죽음
사자들의 말은 모두 시가 되고
멀리 있는 것들도
시간 속에 다시 제자리를 잡는다
가을이다
가을은
가을이란 말 속에 있다
<시인의 약력>
· 1942년 경기 안양 출생
· 1960년 시집 <영의 유형>을 발표하여 등단
· 1963년 연세문학상 수상
· 1985년 흙의 문예상, 경기도 문학상 수상
· 시집 <영의 유형>, <이 어둠 속에의 지향>, <양지동 946번지>, <견자(見者)에의 길>, <흙의 사상>,
<흙의 시법(詩法)>, <어머니, 오 나의 어머니>, <젊은이들이여 사랑을 이야기 하자>
가을이란 말만 들어도 써늘하다. 가을이란 그 말만으로도 낙엽이 뒹굴고 가슴속이 서걱거린다.
유독 가을을 많이 앓는 이! 그는 나다.
아니 그는, 그는 가을이다. 그는, 그는 서정이다. 그는, 그는 서러운 詩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