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달의 시 >> 2011년 5월
불여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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쩔쩔 끓는 한여름인데
그는 방에다 불을 수혈해야 산다
주워온 아카시아 둥치 도끼로 패 넣으며
손가락마다 박히는 연기에 눈물을 뺀다
그러던 그가 건네는 담배 받아 물고는
떠듬떠듬 말을 보낸다
호 혹시 풀과 머 먼지로 말아 만든 다 담배
피 피워 봤냐고
구 군홧발에 짓이겨진 푸 풀 포기 훔쳐 말리고
바 방바닥에 뒹구는 머 먼지 채워
자 장발장 채 책갈피 찢어
두 둘둘 말아 만든 다 담배…….
간신히 빼 문 창살 사이
장발장의 손모가지가 뻐끔뻐끔 피어오르면
부모형제 죄다 찢기어 날고
그의 육신도 산산 찢어져
연기가 되어 날아다녔노라 했다
이제, 나이 가늠조차 어려운 화석 같은 몰골로
버려진 폐가에서 밤이슬 피하고
폐박스 모아 끼 때우며 사는 남자
피붙이 다 어디 사는지 머릿속에 남아있지 않고
친구 이름 하나 외지 못하는 그
자기 이름조차 기억 밖으로 도망치고 없다
다만, 불 꺼진 컴컴한 방안에 웅크리고 있던
그의 수인번호만이
세끼 밥인 양 악착같이 기억해온 남자
수인번호 1960419
슬픈 전쟁_김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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