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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슬의 詩내기

개 / 성선경

by 정소슬 posted Jan 19,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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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 성선경


저 개 같은 것, 욕하지 말자
개는 꼬리를 흔들어 주인을 움직이고
밥과 잠자리를 얻었다
고작 꼬리를 흔들어
가족의 중심이 되었다
꼬리를 잘 흔들어 중심이 되었다
이제 다음부터는
저 개 같은 것, 욕하지 말자
참으로 위대한 것은 저 개다
꼬리 하나로 모든 것을 얻었다
내가 아는 몇몇도 개를 닮아
너도 그럴 수 있느냐?
꼬리를 흔든다

개꼬리가 개를 흔든다

- 《도요문학무크》 9집


<성선경>

seong_seon_kyungjpg.jpg

1960년 경남 창녕 출생. 198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모란으로 가는 길』, 『옛 사랑을 읽다』외 다수. 월하지역문학상, 경남문학상, 마산시문화상 수상.



<감상>
시인께선 '고작 꼬리'라 했지만
개에게 있어 꼬리는 그의 흥망이 결정되는 전부일 거다.

우리 집에도 그 흥망의 꼬리가 달린 수컷 푸들 한 마리를 들였다.
어느새 세 살, 처음 들어올 때 천방지축 한 성질까지 하던 성깔머리가 제법 수그러져 이제 의젓하기까지 한데, 애초 그의 이름을 TV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을 본떠 '불을 품은 알'(줄여보면 흐흐...)이라 지어 약칭 '아리'라 부르기 시작했는데, 무심코 지은 그 이름 '아리'가 "사랑하는 님"을 일컫는 우리 민족 전래 고어(古語)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어 식구들 모두 한껏 고무되었었다. 말하자면 더욱 사랑스러워진 것인데

'나의 사랑하는 님, 아리'의 꼬리는 뭉떵하다.
입양 시부터 그랬다. 왜일까 궁금하여 뒤져보니 "고양이와는 달리 깔끔치 못한 개의 특성상의 위생문제 때문"이라는 설도 있고, "긴 꼬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인간의 보편적 취향 때문"이라는 말도 나온다. 그리 유쾌하게 들리는 것만은 아닌 뭉뚝한 그 꼬리를

'나의 사랑하는 님, 아리'는 시 때 없이 흔들어댄다.
아니, 시기 적절 흔들어댄다. 먹을 게 생길 틈을, 귀여움 받거나 같이 놀아줄 틈을, 나란히 산책하면서 그의 어깨를 으쓱(거리유세라도 한다 생각하는 걸까?)하게 해줄 틈을 귀신같이 알아차린다. 뭉떵하기만 한 제 흔듦이 내 눈에 안 든다 싶으면 몸통을 흔들어대고 그래도 안 되겠다 싶으면 코끼리놀이 하듯 빙글빙글 돌기도 하는데 내 시선을 잡아채 그의 꼬리 위에 태우려는 수작 아니겠는가?

작금, 이처럼 '꼬리를 잘 흔들어 중심'이 된 개들이 판치는 세상이다.
한마디로 개 같은, 개들의 세상, 개판이다.
이 개세상에서 문고리로 목걸이 채워 개를 키우던 어느 주인은 입만 열면 "복지! 복지!" 외쳐댔는데, 배가 뒤집히며 밝혀진 바 그 복지가 하늘의 하사품 '복지(福祉)'가 아닌 "그 자리 가만있어라!"의 '복지(伏地)'였음이 들통나 그가 키우던 개에게조차 물어뜯기는 수모를 겪고 있다.

대관절 무슨 말이길래 들여다보면 '복(伏)'이란 글자, '사람 人'과  '개 犬'이 합쳐져 "개처럼 납작 엎드린 인간의 천박함"을 문자화했다고 볼 수밖에 없으니 민망스럽고 볼썽사나운 글자라 아니할 수 없다.
하기야 '개만도 못한 인간'이 버젓이 주야 활개치는 세상에서 사람을 개와 동격시 한 이 표현은 '나의 사랑하는 님, 아리'에 대한 중대한 모독이다.

개에게서조차 모독으로 여겨지는 이 '伏'이란 글자를 천사 표 '福'으로 위장하여 무슨 대단한 기부처럼 적선처럼 남발해온 주인의 파렴치 앞에 무려 연인원 천만이 촛불을 들었건만 개과천선(改過遷善)은커녕 개과(犬科)의 더러운 천성(天性)만 확인시켜주고 있다.
이 호천통곡(呼天痛哭)할 시국에

'개 같은 것'이란 말이 얼마나 비천한 욕인지를

나의 '사랑하는 님, 아리'는 모른다.
그는 단지 우리 가족의 '중심'이 되었음을 자랑삼고, 나는 그의 꼬리가 짧음을 그나마 위안 삼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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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커 : 1957년식 울산 産
성능/직업 :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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