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정소슬의 詩내기

딸딸이 / 최돈선

by 정소슬 posted Jun 11, 2016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딸딸이 / 최돈선


머리 박박 깎은 중학교 시절
맑은 가을볕이 너무 좋아 학교 뒷담벼락에서
합동 딸딸이 치는 3학년 성님들을 보았다
서로 서로 제 물건이 더 크다며 우겨대는 성님들이 난 참 부러웠다
사발면이 걸렸다며 자랑질해대는 한 성님은
그날의 영웅이었다
우린 골목길 양갈보집 쓰레기통에서
콘돔을 뒤져 그걸 입으로 후후 불었다
양갈보 젖가슴처럼 부푼 콘돔을 깔깔대며 뻥뻥 찼다
새파란 가을하늘에 뜬 그 풍선
와와 우린 얼른 어른이 되고 싶었다

- 시집 『사람이 애인이다』(한결, 2015)에서


<최돈선>
620534_220227_1533.jpg

1947년 강원도 홍천 출생. 1969년 강원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으로 『칠년의 기다림과 일곱 날의 생』외 다수.



<감상>
시인의 나이 고희에 이르렀건만 그 천진난만함과 해맑음은 아직 사춘기 소년이다. 기인 소설가 이외수와 오랜 친구로 알려져 있는데 사실은 이외수 소설가가 두 살 위다. 대학시절 이미 강원일보, 월간문학, 동아일보 등에 시와 동시가 연달아 당선되어 유명 작가로 통했던 최돈선에 비해 이외수는 막 군을 제대한 화가를 꿈꾸는 한 복학생(백수)일 뿐이었다 한다. 그런 그와 단번에 감성이 통한 둘은 쌍둥이처럼 늘 붙어 다녔다는데 그 인연이 이외수를 유명 소설가로 만들었다고 최돈선은 강력히(?) 주장한다. 어쨌든 둘은 친구답게 많이 닮았다. 돌려 말하지 않는 개궂은 입담과 천진난만한 웃음이 그곳 동강의 자갈돌처럼 닮았다.
둘의 차이를 굳이 찾으라면 이외수는 '학교 뒷담벼락에서/ 합동 딸딸이 치는 3학년 성님'일 테고, 최돈선은 '사발면이 걸렸다며 자랑질해대는 성님'이 그저 부럽던 두 살 아래 하급생이랄까? 남자들에게 빼놓기 힘든 무용담을 나열하라 하면 첫째가 단연 군대 이야기일 거고, 둘째가 여자 정벌 이야기, 셋째가 위 '딸딸이'로 대변되는 몽정기담들일 텐데 따지고 보면 모두가 철없는 음담패설들 일색이거늘 왜 남자들은 이 비릿하기 그지없는 야담에 몸이 다는 걸까? 날 과시하고픈 영웅심일까? 내 치부를 드러내 보이고픈 바바리맨성 관음증일까?

어느덧
'양갈보집 쓰레기통에서/ 콘돔을 뒤져 그걸 입으로 후후 불'던 시절은 동강 냇물에 흘러가 버렸다.
"고래(古來)로 드문 나이란 뜻"의 '고희(古稀)'가 '청년'이라 불리는 요즘,
만년설 소년처럼 살고 계시는 두 강원도 기인의 건성을 빌어본다.

Who's 정소슬

profile

브랜드 : 정소슬
메이커 : 1957년식 울산 産
성능/직업 : 비정규직
취미 : 긁적이기, 똥폼으로 사진 찍기
잡기 : 음치, 몸치, 길치... 등 중증 치과환자

Atachment
첨부 '1'
?

내가 읽은 좋은 詩

Poem of good / 좀은 까칠한 시를 좋아하는 제 취향인지라...... ㅋ

  1. 09
    May 2017
    16:49

    그대는 분노로 오시라 / 김경훈

    그대는 분노로 오시라 / 김경훈 - 故 양용찬 열사 추모제에 부쳐 불로 가신 그대여 다시 오실 때에는 물로 오시라 절망으로 가신 그대여 다시 오실 때에는 희망으로 오시라 불의에 맞서 가신 그대여 다시 오실 때에는 시퍼런 의로움으로 오시라 행여 기...
    By정소슬 Views82
    Read More
  2. 19
    Jan 2017
    20:45

    개 / 성선경

    개 / 성선경 저 개 같은 것, 욕하지 말자 개는 꼬리를 흔들어 주인을 움직이고 밥과 잠자리를 얻었다 고작 꼬리를 흔들어 가족의 중심이 되었다 꼬리를 잘 흔들어 중심이 되었다 이제 다음부터는 저 개 같은 것, 욕하지 말자 참으로 위대한 것은 저 개다 꼬리 ...
    By정소슬 Views128
    Read More
  3. 15
    Jul 2016
    13:15

    디아스포라 / 임윤

    디아스포라 / 임윤 꼬리는 무거운 그림자만 남기고 사라집니다 덜컹대는 걸음으로 역사를 지나가는 기차 시베리아 거쳐 우랄 넘어 모스크바에 닿아도 우수리스크역 급수탑의 고드름에는 햇살 몇 가닥 굴절되어 갇혀있습니다 수형 기간 끝나서도 석방되지 못한 ...
    By정소슬 Views381
    Read More
  4. 18
    Jun 2016
    10:40

    밀양 간다 / 최상해

    밀양 간다 / 최상해 밀양밀양 하고 입안에 되뇌기만 해도 부드러운 햇살이 미량미량…… 온몸을 감싸던 밀양 간다 언제였더라, 영남루에 올라 강에서 불어오는 바람도 부러워했던 기억 그런 기억을 애써 더듬으며 밀양 간다 동그랗게 동그랗게 서로 몸을 의지하...
    By정소슬 Views360
    Read More
  5. 11
    Jun 2016
    10:59

    딸딸이 / 최돈선

    딸딸이 / 최돈선 머리 박박 깎은 중학교 시절 맑은 가을볕이 너무 좋아 학교 뒷담벼락에서 합동 딸딸이 치는 3학년 성님들을 보았다 서로 서로 제 물건이 더 크다며 우겨대는 성님들이 난 참 부러웠다 사발면이 걸렸다며 자랑질해대는 한 성님은 그날의 영웅이...
    By정소슬 Views430
    Read More
  6. 05
    Jun 2016
    11:49

    땅 끝에서 / 김종원, 이숙희

    땅 끝에서 / 김종원 비를 맞으며 어둠이 내리는 산비탈 돌계단을 오른다 가슴을 닫고 자라는 여섯 살짜리 큰아들을 품안에 안고 어둠 속을 헤치며 땅 끝을 향해 식은 땀 줄줄 쏟으며 오르는 돌계단이 위태롭다 바다 저 멀리 보이던 섬들이 차츰 내 눈에서 사라...
    By정소슬 Views411
    Read More
  7. 23
    Mar 2016
    19:25

    시의 소통, 어떻게 해야 하나? / 임동윤

    어느 시 전문 계간지의 권두언(소금의 말)에 깊은 울림이 있어 옮겨봅니다. *. 옮긴 책 : 계간 《시와 소금》 2016년 봄호 ■ 소금의 말 시의 소통, 어떻게 해야 하나? 임 동 윤 (《시와 소금》 발행인 겸 주간) 다시 봄을...
    By정소슬 Views464
    Read More
  8. 20
    Mar 2016
    13:07

    앵무새 / 채수옥

    앵무새 / 채수옥 지난여름을 베끼며 매미가 운다 다르게 우는 법을 알지 못한 자책으로 올해도 통곡 한다. 속옷까지 벗어야 너를 뒤집어 쓸 수 있지 냉소적으로 웃는 침대는 뾰족한 부리를 닮은 침대를 낳고, 낳는데 저녁은 간혹 버려진 유령의 흉내를 낸다. ...
    By정소슬 Views411
    Read More
  9. 18
    Oct 2015
    15:03

    어른스러운 놀이터 / 김희업

    어른스러운 놀이터 / 김희업 저물녘 놀이터가 심심해서 못 배긴다 달팽이처럼 꼬물거리다 아이들 제집으로 들어가고 아이들의 언어는 어디에도 없다 아이 대신 바람을 태운 그네가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저출산과 머지않아 노인들로 발 디딜 틈이 없...
    By정소슬 Views561
    Read More
  10. 09
    Oct 2015
    17:19

    호모에렉투스 / 백무산

    호모에렉투스 / 백무산 타이어를 껴입고 배를 깔고 바닥을 기며 구걸하던 걸인이 비가 오자 벌떡 일어나 멀쩡하게 걸어가는 모습에 어이없는 배신감을 느낀다지만 상인에게 상술은 문제 삼지 않으면서 걸인에게 동냥의 공정거래를 요구할 참인가 정치...
    By정소슬 Views663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23 Next
/ 23

Recent Articles

본 홈페이지는 XE 엔진sketchbook5 layout & board로 제작되었으며, 모니터 사이즈 1280x800 이상이면 무난히 볼 수가 있습니다.
Copyright ©2000 정소슬 All Rights Reserved. RSS
E-mail : moreunduk@hanmail.net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