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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슬의 詩내기

어른스러운 놀이터 / 김희업

by 정소슬 posted Oct 18,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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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스러운 놀이터 / 김희업



저물녘 놀이터가 심심해서 못 배긴다
달팽이처럼 꼬물거리다 아이들 제집으로 들어가고
아이들의 언어는 어디에도 없다
아이 대신 바람을 태운 그네가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저출산과 머지않아
노인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거란 뉴스를 접한 노인이
불길한 점을 본 듯 혀를 끌끌 찼다


아이들 모두 아버지가 될 수 없고
아이들 모두 어머니가 될 수 없어도
무럭무럭 자라나 어른이 된다
독신 남녀로 각자 살다
함께 노인이 되는 것처럼


아이는 요람 같은 놀이터를 무덤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놀이터가 아이들을 키워왔듯이
지구가 이만큼 나이 먹어 쉼 없이 돌아가는 걸 보면
삶은 이어달리기 같다


아이가 잠꼬대할 무렵
유난히 반들반들한 별이 어리광을 부리며 미끄럼을 탄다


이 땅에 아이들이 태어나지 않게 된다면
최초에 울던 아이의 울음소리를 뒤로한 채
놀이터는 의젓하고 한층 어른스러워질 것이다


아이가 흘리고 간, 성장이 멈춘 신발을 어둠이 몰래 신어본다


- 시집 『비의 목록』(2014, 창비)



<김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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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서울에서 태어나 건국대 국문과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9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으며 시집 『칼 회고전』이 있다.



<감상>

그 흔한 '총체적 난국'이란 말을 여기에까지 써야 하나?


성장을 멈춘 경제,
집집마다 취업되지 못한 젊은이들을 늙은 아비어미들이 끼고 살아야하는 이 기막힌,
3포니 4포니 하며 결혼을 포기하고, 결혼했다 해도 아기 낳기를 포기하는,
이 마당에 노동 불가한 노인 인구만 자꾸 늘고 있는,
……통탄할, ……기형적인, ……세기말적인,
캄캄한 이 형국을 도대체 어찌 풀어야 할까?


이 난감한 화두를 시인 고유의 서정으로 풀어보려 하지만
'아이 대신 바람을 태운 그네가 조금씩 흔들리고'
'아이가 잠꼬대할 무렵/ 유난히 반들반들한 별이 어리광을 부리며 미끄럼을 탄다'
결국엔 비탄의 쓸쓸함으로 맺음 할 다른 도리가 없었을 것 같다.
'아이가 흘리고 간, 성장이 멈춘 신발을 어둠이 몰래 신어본다'


여운이 아프고 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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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s 정소슬

profile

브랜드 : 정소슬
메이커 : 1957년식 울산 産
성능/직업 : 비정규직
취미 : 긁적이기, 똥폼으로 사진 찍기
잡기 : 음치, 몸치, 길치... 등 중증 치과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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