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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슬의 詩내기

호모에렉투스 / 백무산

by 정소슬 posted Oct 09,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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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에렉투스 / 백무산



타이어를 껴입고 배를 깔고 바닥을 기며 구걸하던 걸인이 비가 오자 벌떡 일어나 멀쩡하게 걸어가는 모습에 어이없는 배신감을 느낀다지만


상인에게 상술은 문제 삼지 않으면서 걸인에게 동냥의 공정거래를 요구할 참인가 정치꾼들의 쇼는 전략이라는 건가


사지 멀쩡한 놈이라고 혀를 차지만 사지 멀쩡한 거지가 없는 세상이라면 모를까 구걸할 수 없는 세상이라면 구걸 가운데 어떤 구걸이 도덕적인가


비참해야 하는데 덜 비참한 것이 문제였을 것 발밑에서 계속 기어야 하는데 머리를 쳐들었기에 혐오가 생겼을 것 고귀하고 선한 본성에 상처를 입혔다는 건가


머리가 땅에 닿도록 굽신대며 표를 구걸하고 신분을 위장하고 머슴입네 간을 빼줄 듯이 가난한 자의 발바닥이 되겠다던 정치인들의 계급 위장은 고상한 전략인가


생존을 위해 직립을 포기해야 하는 사람들이 그들뿐인가 진화를 교란하고 기적을 연출하는 인간들이 그들뿐인가


배를 깔고 바닥을 기다 멀쩡하게 일어나는 기적과 숙였던 고개와 바닥에 깔았던 신분을 벌떡 일으켜 세우고 거만한 지배자가 되는 것 가운데 어느 것이 더 도덕적인 기적인가


- 시집 『폐허를 인양하다』(창비, 2015)



<백무산>

bek_mu_san.jpg

- 1955년 경북 영천 출생.
- 1984년 『민중시』1집에 「지옥선」등 발표로 등단.
- 시집으로 『만국의 노동자여』 『동트는 미포만의 새벽을 딛고』 『인간의 시간』 『길은 광야의 것이다』 『초심』 『길 밖의 길』 『거대한 일상』 『그 모든 가장자리』 『폐허를 인양하다』등.



<감상>

얼마 전, 구걸로 16억 모은 장애인 부부가 화제가 되었다.
둘 모두 1급 시각장애인인 이 부부가 무려 30년 간 구걸로 모은 재산이라니 그럴 수도 있겠다싶다가도 액수가 만만치 않아 고개를 갸우뚱하였다. 얄궂게도 이 사실이 드러난 것은 남편이 재산을 몽땅 청산하여 잠적해 버렸기 때문이라는데, 부인이 이 사실을 고발(이혼청구소송으로 고소)하여 이혼이 결정되면서 알려지게 된 거고 어린 자녀들까지 앵벌이로 내몬 사실까지 드러나자 '어이없는 배신감'에 너나없이 뭇매질을 해댔다.


이럴 때 "너희 중에 죄 없는 사람 이 자에게 돌을 던지라!"는 말이 맞을까 모르겠다?


같은 시각 저 높고 높은 국감장에서는 모 기관장에 대한 '앵벌이 평가'라는 지적으로 삿대질이 오갔고, 무자격 홍 모 지사의 '어허 참!' 논란으로 국감이 파행되기도 했다는데 일찍이 파직되어 앵벌이 통을 찼어야 할 그가 어찌 멀쩡한 입으로 하루 앵벌이로 허리가 휘는 우릴 이토록 우롱하는지 모르겠단 말이다.


언감생심, 우린 결코 16억의 기적을 바라지 않는다.
앵벌이 통에 침 뱉듯 던지는
시간당 5580원인가 6030원인가,  최저임금에 허리가 꺾이는
'도덕'을
'도둑'으로 읽을 도리밖에 없는 호모에렉투스다!


Who's 정소슬

profile

브랜드 : 정소슬
메이커 : 1957년식 울산 産
성능/직업 : 비정규직
취미 : 긁적이기, 똥폼으로 사진 찍기
잡기 : 음치, 몸치, 길치... 등 중증 치과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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