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정소슬의 詩내기

좋겠다, 마량에 가면 / 이재무

by 정소슬 posted Oct 03, 2015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좋겠다, 마량에 가면 / 이재무



몰래 숨겨놓은 여인 데불고
소문조차 아득한 먼 포구에 가서
한 석 달 소꿉장난 같은 살림이나 살다 왔으면,
한나절만 돌아도 동네 안팎
구구절절 훤한, 누이의 손거울 같은 마을
마량에 와서 빈둥빈둥 세월의 봉놋방에 누워
발가락장단에 철 지난 유행가나 부르며
사투리 쓰는, 갯벌 같은 여자와
옆구리에 간지럼이나 실컷 태우다 왔으면,
사람들의 눈총이야 내 알 바 아니고
조석으로 부두에 나가
낚싯대는 시늉으로 던져두고
옥빛 바닷물에 텃밭 떠난 배추 같은 생 절이고
절이다가 그짓도 그만 부질없어 신물이 나면
통통배 얻어 타고 먼 바다 휭, 하니 돌다 왔으면,
그렇게 감쪽같이 비밀 주머니 하나를 꿰차고 와서
시치미 뚝 떼고 앉아 남은 뜻도 모르는
천지 웃음 실실 흘리며 알량한 여생 거덜냈으면


- 시집 『저녁 6시』(창비, 2007)에서



<이재무>

lee-je-moo.jpg

- 1958년 충남 부여 출생.
- 1983년 <삶의문학>, <실천문학>, <문학과사회>등에 시를 발표로 작품활동 시작.
- 시집 『섣달 그믐』 『온다던 사람 오지 않고』 『벌초』 『몸에 피는 꽃』 『시간의 그물』 『위대한 식사』 『푸른 고집』 『저녁6시』 『슬픔에게 무릎을 꿇다』등



<감상>

'마량'이라 하면 충남 서천의 자그마한 포구 마을인데 지도상으로 보면

꼭 낚시바늘 같기도 하고,
해마의 머리 같기도 하고 그의 성기 같기도 한,

모습부터가 하도 기이해 이 시의 표현 표현이 더욱 적나라하다.


어쩌면 사람들 가슴속에 숨긴 진짜 성기의 모습이 저 모습이 아닐까 싶은,

일탈을 당하는 배우자로서야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배신이고 배반일 테지만
한 겹 너머 제3자가 되면 그저 부럽기만 한 로망이고 로맨스가 되는,


그래서 영화가 흥행하고 으쓱한 촌구석까지 모텔이 범람하는 걸 거다.

내 집 앞 골목 어귀에도


'천지 웃음 실실 흘리며 알량한 여생 거덜'낼 <Vision(지나칠 적마다 하필 웬 비전일까, 도무지 궁금하다)>이란 모텔이 들어섰다.

Who's 정소슬

profile

브랜드 : 정소슬
메이커 : 1957년식 울산 産
성능/직업 : 비정규직
취미 : 긁적이기, 똥폼으로 사진 찍기
잡기 : 음치, 몸치, 길치... 등 중증 치과환자

Atachment
첨부 '1'
?

내가 읽은 좋은 詩

Poem of good / 좀은 까칠한 시를 좋아하는 제 취향인지라...... ㅋ

  1. 09
    May 2017
    16:49

    그대는 분노로 오시라 / 김경훈

    그대는 분노로 오시라 / 김경훈 - 故 양용찬 열사 추모제에 부쳐 불로 가신 그대여 다시 오실 때에는 물로 오시라 절망으로 가신 그대여 다시 오실 때에는 희망으로 오시라 불의에 맞서 가신 그대여 다시 오실 때에는 시퍼런 의로움으로 오시라 행여 기...
    By정소슬 Views137
    Read More
  2. 19
    Jan 2017
    20:45

    개 / 성선경

    개 / 성선경 저 개 같은 것, 욕하지 말자 개는 꼬리를 흔들어 주인을 움직이고 밥과 잠자리를 얻었다 고작 꼬리를 흔들어 가족의 중심이 되었다 꼬리를 잘 흔들어 중심이 되었다 이제 다음부터는 저 개 같은 것, 욕하지 말자 참으로 위대한 것은 저 개다 꼬리 ...
    By정소슬 Views176
    Read More
  3. 15
    Jul 2016
    13:15

    디아스포라 / 임윤

    디아스포라 / 임윤 꼬리는 무거운 그림자만 남기고 사라집니다 덜컹대는 걸음으로 역사를 지나가는 기차 시베리아 거쳐 우랄 넘어 모스크바에 닿아도 우수리스크역 급수탑의 고드름에는 햇살 몇 가닥 굴절되어 갇혀있습니다 수형 기간 끝나서도 석방되지 못한 ...
    By정소슬 Views458
    Read More
  4. 18
    Jun 2016
    10:40

    밀양 간다 / 최상해

    밀양 간다 / 최상해 밀양밀양 하고 입안에 되뇌기만 해도 부드러운 햇살이 미량미량…… 온몸을 감싸던 밀양 간다 언제였더라, 영남루에 올라 강에서 불어오는 바람도 부러워했던 기억 그런 기억을 애써 더듬으며 밀양 간다 동그랗게 동그랗게 서로 몸을 의지하...
    By정소슬 Views442
    Read More
  5. 11
    Jun 2016
    10:59

    딸딸이 / 최돈선

    딸딸이 / 최돈선 머리 박박 깎은 중학교 시절 맑은 가을볕이 너무 좋아 학교 뒷담벼락에서 합동 딸딸이 치는 3학년 성님들을 보았다 서로 서로 제 물건이 더 크다며 우겨대는 성님들이 난 참 부러웠다 사발면이 걸렸다며 자랑질해대는 한 성님은 그날의 영웅이...
    By정소슬 Views555
    Read More
  6. 05
    Jun 2016
    11:49

    땅 끝에서 / 김종원, 이숙희

    땅 끝에서 / 김종원 비를 맞으며 어둠이 내리는 산비탈 돌계단을 오른다 가슴을 닫고 자라는 여섯 살짜리 큰아들을 품안에 안고 어둠 속을 헤치며 땅 끝을 향해 식은 땀 줄줄 쏟으며 오르는 돌계단이 위태롭다 바다 저 멀리 보이던 섬들이 차츰 내 눈에서 사라...
    By정소슬 Views498
    Read More
  7. 23
    Mar 2016
    19:25

    시의 소통, 어떻게 해야 하나? / 임동윤

    어느 시 전문 계간지의 권두언(소금의 말)에 깊은 울림이 있어 옮겨봅니다. *. 옮긴 책 : 계간 《시와 소금》 2016년 봄호 ■ 소금의 말 시의 소통, 어떻게 해야 하나? 임 동 윤 (《시와 소금》 발행인 겸 주간) 다시 봄을...
    By정소슬 Views552
    Read More
  8. 20
    Mar 2016
    13:07

    앵무새 / 채수옥

    앵무새 / 채수옥 지난여름을 베끼며 매미가 운다 다르게 우는 법을 알지 못한 자책으로 올해도 통곡 한다. 속옷까지 벗어야 너를 뒤집어 쓸 수 있지 냉소적으로 웃는 침대는 뾰족한 부리를 닮은 침대를 낳고, 낳는데 저녁은 간혹 버려진 유령의 흉내를 낸다. ...
    By정소슬 Views498
    Read More
  9. 18
    Oct 2015
    15:03

    어른스러운 놀이터 / 김희업

    어른스러운 놀이터 / 김희업 저물녘 놀이터가 심심해서 못 배긴다 달팽이처럼 꼬물거리다 아이들 제집으로 들어가고 아이들의 언어는 어디에도 없다 아이 대신 바람을 태운 그네가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저출산과 머지않아 노인들로 발 디딜 틈이 없...
    By정소슬 Views648
    Read More
  10. 09
    Oct 2015
    17:19

    호모에렉투스 / 백무산

    호모에렉투스 / 백무산 타이어를 껴입고 배를 깔고 바닥을 기며 구걸하던 걸인이 비가 오자 벌떡 일어나 멀쩡하게 걸어가는 모습에 어이없는 배신감을 느낀다지만 상인에게 상술은 문제 삼지 않으면서 걸인에게 동냥의 공정거래를 요구할 참인가 정치...
    By정소슬 Views763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23 Next
/ 23

본 홈페이지는 XE 엔진sketchbook5 layout & board로 제작되었으며, 모니터 사이즈 1280x800 이상이면 무난히 볼 수가 있습니다.
Copyright ©2000 정소슬 All Rights Reserved. RSS
E-mail : moreunduk@hanmail.net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