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정소슬의 詩내기

사는 게 참 꽃 같아야 / 박제영

by 정소슬 posted Jul 27, 2015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사는 게 참 꽃 같아야 / 박제영



며느리도 봤응께 욕 좀 그만 해야
정히 거시기 해불면 거시기 대신에 꽃을 써야
그 까짓 거 뭐 어렵다고, 그랴그랴
아침 묵다 말고 마누라랑 약속을 했잖여


이런 꽃 같은!
이런 꽃나!
꽃까!
꽃 꽃 꽃
반나절도 안 돼서 뭔 꽃들이 그리도 피는지
봐야
사는 게 참 꽃 같아야


- 2014 『한국작가회의 시분과 앤솔러지』에서



<박제영>

park_je_young.jpg
1966년 강원도 춘천 출생.
1990년 고대문화상 시부문 수상. 1992년『시문학』등단.
시집『뜻밖에』,『푸르른 소멸 - 플라스틱 플라워』,『소통을 위한, 나와 당신의』, 산문집『식구』.



<감상>

박제영 시인의 타고난 입담이야 소문나 있다. 아래는 <포엠포엠> 2012 겨울호에 실린 '모란'이란 시를
읽어보자. 아니 들어보자, 그의 능청을......


쓰잘데기 없이 또 김지미가 와부렸어 형님 가지셩
육목단 열끝을 삼촌은 늘 김지미라 불렀다
어느날 궁금해서 물었더니
예쁘면 뭐하냐 그림의 떡인데 써먹을 데가 없는 걸
당대 최고의 여배우가 화투판에서 육목단 열끝이 된 사연이다


나이가 들어 나도 제법 고스톱을 치게 되었는데
육목단 열끝이 들어올 때마다 당대의 여배우 이름을 부르곤 했는데
유지인이 와부렸네 장미희가 와부렸어
정윤희, 이미숙, 강수연, 최진실, 심혜진, 전도연
당대의 여배우들이 육목단으로 피고 지었더랬는데


모란을 따라 삼촌의 봄날은 가고
그게 무에 대수랴
갈테면 가라지//
미자가 왔네 옜다 니 해라
어제는 순자가 피었다 지고
오늘은 영자가 피었다 지고
동네 술집 마담들이 화투판에서 육목단 열끝으로 피고 지면


모란을 따라 나의 봄날도 가겠지
무에 대수랴
갈테면 가라지


(박제영의 '모란' 전문)


말을 던지듯 툭툭 쏘는 유머러스한 육담이 보통 아니다.
보는 김에 '식구'란 시 하나를 더 보자.


사납다 사납다 이런 개 처음 본다는 유기견도
엄마가 데려다가 사흘 밥만 주면 순하디순한 양이 되었다


시들시들 죽었다 싶어 내다버린 화초도
아버지가 가져다가 사흘 물을 주면 활짝 꽃이 피었다
아무래도 남모르는 비결이 있을 줄 알았는데,
비결은 무슨, 짐승이고 식물이고 끼니 잘 챙겨 먹이면 돼 그러면 다 식구가 되는겨


(박제영의 '식구' 전문)


이 시를 보면 그는 재담꾼이라기보다는 가슴 따듯한 휴머니스트다.
뜻을 이해하려 일부러 애쓰지 않아도 가슴에 와닿는 이런 시들이 읽기 부담 없고 속이 후련하다. 반대로 어려운 외래어에 난해한 표현들로 짜여진 시들은 시를 연구(?)하는 이들에겐 유익할 줄 모르나 독자로서의 만수무강에는 백해무익이다.


쉽게 쓰자, 시!


Who's 정소슬

profile

브랜드 : 정소슬
메이커 : 1957년식 울산 産
성능/직업 : 비정규직
취미 : 긁적이기, 똥폼으로 사진 찍기
잡기 : 음치, 몸치, 길치... 등 중증 치과환자

Atachment
첨부 '1'
?

내가 읽은 좋은 詩

Poem of good / 좀은 까칠한 시를 좋아하는 제 취향인지라...... ㅋ

  1. 09
    May 2017
    16:49

    그대는 분노로 오시라 / 김경훈

    그대는 분노로 오시라 / 김경훈 - 故 양용찬 열사 추모제에 부쳐 불로 가신 그대여 다시 오실 때에는 물로 오시라 절망으로 가신 그대여 다시 오실 때에는 희망으로 오시라 불의에 맞서 가신 그대여 다시 오실 때에는 시퍼런 의로움으로 오시라 행여 기...
    By정소슬 Views82
    Read More
  2. 19
    Jan 2017
    20:45

    개 / 성선경

    개 / 성선경 저 개 같은 것, 욕하지 말자 개는 꼬리를 흔들어 주인을 움직이고 밥과 잠자리를 얻었다 고작 꼬리를 흔들어 가족의 중심이 되었다 꼬리를 잘 흔들어 중심이 되었다 이제 다음부터는 저 개 같은 것, 욕하지 말자 참으로 위대한 것은 저 개다 꼬리 ...
    By정소슬 Views128
    Read More
  3. 15
    Jul 2016
    13:15

    디아스포라 / 임윤

    디아스포라 / 임윤 꼬리는 무거운 그림자만 남기고 사라집니다 덜컹대는 걸음으로 역사를 지나가는 기차 시베리아 거쳐 우랄 넘어 모스크바에 닿아도 우수리스크역 급수탑의 고드름에는 햇살 몇 가닥 굴절되어 갇혀있습니다 수형 기간 끝나서도 석방되지 못한 ...
    By정소슬 Views381
    Read More
  4. 18
    Jun 2016
    10:40

    밀양 간다 / 최상해

    밀양 간다 / 최상해 밀양밀양 하고 입안에 되뇌기만 해도 부드러운 햇살이 미량미량…… 온몸을 감싸던 밀양 간다 언제였더라, 영남루에 올라 강에서 불어오는 바람도 부러워했던 기억 그런 기억을 애써 더듬으며 밀양 간다 동그랗게 동그랗게 서로 몸을 의지하...
    By정소슬 Views360
    Read More
  5. 11
    Jun 2016
    10:59

    딸딸이 / 최돈선

    딸딸이 / 최돈선 머리 박박 깎은 중학교 시절 맑은 가을볕이 너무 좋아 학교 뒷담벼락에서 합동 딸딸이 치는 3학년 성님들을 보았다 서로 서로 제 물건이 더 크다며 우겨대는 성님들이 난 참 부러웠다 사발면이 걸렸다며 자랑질해대는 한 성님은 그날의 영웅이...
    By정소슬 Views430
    Read More
  6. 05
    Jun 2016
    11:49

    땅 끝에서 / 김종원, 이숙희

    땅 끝에서 / 김종원 비를 맞으며 어둠이 내리는 산비탈 돌계단을 오른다 가슴을 닫고 자라는 여섯 살짜리 큰아들을 품안에 안고 어둠 속을 헤치며 땅 끝을 향해 식은 땀 줄줄 쏟으며 오르는 돌계단이 위태롭다 바다 저 멀리 보이던 섬들이 차츰 내 눈에서 사라...
    By정소슬 Views412
    Read More
  7. 23
    Mar 2016
    19:25

    시의 소통, 어떻게 해야 하나? / 임동윤

    어느 시 전문 계간지의 권두언(소금의 말)에 깊은 울림이 있어 옮겨봅니다. *. 옮긴 책 : 계간 《시와 소금》 2016년 봄호 ■ 소금의 말 시의 소통, 어떻게 해야 하나? 임 동 윤 (《시와 소금》 발행인 겸 주간) 다시 봄을...
    By정소슬 Views464
    Read More
  8. 20
    Mar 2016
    13:07

    앵무새 / 채수옥

    앵무새 / 채수옥 지난여름을 베끼며 매미가 운다 다르게 우는 법을 알지 못한 자책으로 올해도 통곡 한다. 속옷까지 벗어야 너를 뒤집어 쓸 수 있지 냉소적으로 웃는 침대는 뾰족한 부리를 닮은 침대를 낳고, 낳는데 저녁은 간혹 버려진 유령의 흉내를 낸다. ...
    By정소슬 Views411
    Read More
  9. 18
    Oct 2015
    15:03

    어른스러운 놀이터 / 김희업

    어른스러운 놀이터 / 김희업 저물녘 놀이터가 심심해서 못 배긴다 달팽이처럼 꼬물거리다 아이들 제집으로 들어가고 아이들의 언어는 어디에도 없다 아이 대신 바람을 태운 그네가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저출산과 머지않아 노인들로 발 디딜 틈이 없...
    By정소슬 Views561
    Read More
  10. 09
    Oct 2015
    17:19

    호모에렉투스 / 백무산

    호모에렉투스 / 백무산 타이어를 껴입고 배를 깔고 바닥을 기며 구걸하던 걸인이 비가 오자 벌떡 일어나 멀쩡하게 걸어가는 모습에 어이없는 배신감을 느낀다지만 상인에게 상술은 문제 삼지 않으면서 걸인에게 동냥의 공정거래를 요구할 참인가 정치...
    By정소슬 Views663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23 Next
/ 23

Recent Articles

본 홈페이지는 XE 엔진sketchbook5 layout & board로 제작되었으며, 모니터 사이즈 1280x800 이상이면 무난히 볼 수가 있습니다.
Copyright ©2000 정소슬 All Rights Reserved. RSS
E-mail : moreunduk@hanmail.net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