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참 꽃 같아야 / 박제영
며느리도 봤응께 욕 좀 그만 해야
정히 거시기 해불면 거시기 대신에 꽃을 써야
그 까짓 거 뭐 어렵다고, 그랴그랴
아침 묵다 말고 마누라랑 약속을 했잖여
이런 꽃 같은!
이런 꽃나!
꽃까!
꽃 꽃 꽃
반나절도 안 돼서 뭔 꽃들이 그리도 피는지
봐야
사는 게 참 꽃 같아야
- 2014 『한국작가회의 시분과 앤솔러지』에서
<박제영>
1966년 강원도 춘천 출생.
1990년 고대문화상 시부문 수상. 1992년『시문학』등단.
시집『뜻밖에』,『푸르른 소멸 - 플라스틱 플라워』,『소통을 위한, 나와 당신의』, 산문집『식구』.
<감상>
박제영 시인의 타고난 입담이야 소문나 있다. 아래는 <포엠포엠> 2012 겨울호에 실린 '모란'이란 시를
읽어보자. 아니 들어보자, 그의 능청을......
쓰잘데기 없이 또 김지미가 와부렸어 형님 가지셩
육목단 열끝을 삼촌은 늘 김지미라 불렀다
어느날 궁금해서 물었더니
예쁘면 뭐하냐 그림의 떡인데 써먹을 데가 없는 걸
당대 최고의 여배우가 화투판에서 육목단 열끝이 된 사연이다
나이가 들어 나도 제법 고스톱을 치게 되었는데
육목단 열끝이 들어올 때마다 당대의 여배우 이름을 부르곤 했는데
유지인이 와부렸네 장미희가 와부렸어
정윤희, 이미숙, 강수연, 최진실, 심혜진, 전도연
당대의 여배우들이 육목단으로 피고 지었더랬는데
모란을 따라 삼촌의 봄날은 가고
그게 무에 대수랴
갈테면 가라지//
미자가 왔네 옜다 니 해라
어제는 순자가 피었다 지고
오늘은 영자가 피었다 지고
동네 술집 마담들이 화투판에서 육목단 열끝으로 피고 지면
모란을 따라 나의 봄날도 가겠지
무에 대수랴
갈테면 가라지
(박제영의 '모란' 전문)
말을 던지듯 툭툭 쏘는 유머러스한 육담이 보통 아니다.
보는 김에 '식구'란 시 하나를 더 보자.
사납다 사납다 이런 개 처음 본다는 유기견도
엄마가 데려다가 사흘 밥만 주면 순하디순한 양이 되었다
시들시들 죽었다 싶어 내다버린 화초도
아버지가 가져다가 사흘 물을 주면 활짝 꽃이 피었다
아무래도 남모르는 비결이 있을 줄 알았는데,
비결은 무슨, 짐승이고 식물이고 끼니 잘 챙겨 먹이면 돼 그러면 다 식구가 되는겨
(박제영의 '식구' 전문)
이 시를 보면 그는 재담꾼이라기보다는 가슴 따듯한 휴머니스트다.
뜻을 이해하려 일부러 애쓰지 않아도 가슴에 와닿는 이런 시들이 읽기 부담 없고 속이 후련하다. 반대로 어려운 외래어에 난해한 표현들로 짜여진 시들은 시를 연구(?)하는 이들에겐 유익할 줄 모르나 독자로서의 만수무강에는 백해무익이다.
쉽게 쓰자,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