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정소슬의 詩내기

우두망찰 / 이명수

by 정소슬 posted Jul 26, 2015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우두망찰 / 이명수


남의 집 담 너머
꽃 보다 먼저 넘어졌다
무릎이 땅바닥을 내리쳤다
홍매 화들짝 핀다
무릎에 흑매 해뜩발긋 부풀어 올랐다
우두망찰한,

꿇어앉아
엎드려 누운 선홍빛 얼굴들
가만히 하늘 향해 뒤집어 놓았다

저 꽃들
가시지 않은 겨울 기미 속
눈물 빼물고 있는 저 사람

허전허전하다
절룩이며 삼천대천
화엄의 바다를 건너다본다

- 2014 『한국작가회의 시분과 앤솔러지』에서


<이명수>
lee_myung_soo.jpg
1945년 경기 고양 출생.
1975년 《심상》으로 등단.
시집 『공한지』, 『흔들리는 도시에 밤이 내리고』, 『등을 돌리면 그리운 날들』, 『왕촌일기』, 『울기 좋은 곳을 안다』, 『風馬룽다』, 『바람코지에 두고 간다』 등.


<감상>
詩에 대한 달관 혹은 해탈의 경지란 이런 걸 거다.
대수롭지 않은 낱말 하나 하나가 무릎을 친다.
마치 조그만 망치를 든 의사가 내 무릎뼈를 때리는 것 같다.
여기, 꼭 사자성어만 같은 '우두망찰'은 순 우리말이다.

우두망찰하다 : 정신이 얼떨떨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는 모양.

굳이 한자로 '牛頭望察'이라 표해도 된다는 이도 있지만 불교 언어로 들어온 <아침> <점심>이 우리말로 굳어버린 것처럼 말이란 그 유래와 상관없이 편하고 곱게 쓰이게 되면 내 것이라 해도 나무랄 이 없다. 문제는 다수가 인정하고 공유할 소통이다.
'소통'이라 하면 다시 모두가 편해야 한다는 보편성에다 서로 상처를 주지 않는 고움(beauty)과 착함(purity)을 지녀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금 젊은이들이 쓰는 정체불명의 외계 언어들, 걱정이 많다. 
그러나 장차 이 나라를 이끌어갈 이는 다름 아닌 그들이라는 점을 상기한다면 그들끼리 활발히 고민하고 논의할 자리를 깔아주는 이상의 더할 역할은 없다.

이런 좋은 시를 대할 적마다 할말이 없어져 이처럼 엉뚱한 얘기를 자꾸 늘어놓게 된다.

우둥망찰이다.

Who's 정소슬

profile

브랜드 : 정소슬
메이커 : 1957년식 울산 産
성능/직업 : 비정규직
취미 : 긁적이기, 똥폼으로 사진 찍기
잡기 : 음치, 몸치, 길치... 등 중증 치과환자

Atachment
첨부 '1'
?

내가 읽은 좋은 詩

Poem of good / 좀은 까칠한 시를 좋아하는 제 취향인지라...... ㅋ

  1. 03
    Oct 2015
    12:21

    수화기 속의 여자 / 이명윤

    수화기 속의 여자 / 이명윤 어디서 잘라야 할지 난감합니다. 두부처럼 쉽게 자를 수 있다면 좋을 텐데요. 어딘지 서툰 당신의 말, 옛 동네 어귀를 거닐던 온순한 초식동물 냄새가 나요. 내가 우수고객이라서 당신은 전화를 건다지만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우...
    By정소슬 Views1036
    Read More
  2. 03
    Oct 2015
    10:44

    좋겠다, 마량에 가면 / 이재무

    좋겠다, 마량에 가면 / 이재무 몰래 숨겨놓은 여인 데불고 소문조차 아득한 먼 포구에 가서 한 석 달 소꿉장난 같은 살림이나 살다 왔으면, 한나절만 돌아도 동네 안팎 구구절절 훤한, 누이의 손거울 같은 마을 마량에 와서 빈둥빈둥 세월의 봉놋방에 누워 발...
    By정소슬 Views1070
    Read More
  3. 16
    Sep 2015
    20:50

    평밭 할매의 시 / 이응인

    평밭 할매의 시 / 이응인 새벽밥 뜨는 둥 마는 둥 부리나케 산으로 달려가는 평밭 할매. 아름드리 서어나무 끌어안고 "미안하데이." "정말 미안하데이." 중얼대며 떨고 섰다. 번득이는 톱날이 다가와 "할매, 다쳐도 책임 못 져요." 위협하면 "그래 이놈아! 내 ...
    By정소슬 Views905
    Read More
  4. 27
    Jul 2015
    15:12

    사는 게 참 꽃 같아야 / 박제영

    사는 게 참 꽃 같아야 / 박제영 며느리도 봤응께 욕 좀 그만 해야 정히 거시기 해불면 거시기 대신에 꽃을 써야 그 까짓 거 뭐 어렵다고, 그랴그랴 아침 묵다 말고 마누라랑 약속을 했잖여 이런 꽃 같은! 이런 꽃나! 꽃까! 꽃 꽃 꽃 반나절도 안 돼서 뭔 꽃들...
    By정소슬 Views1281
    Read More
  5. 26
    Jul 2015
    15:37

    우두망찰 / 이명수

    우두망찰 / 이명수 남의 집 담 너머 꽃 보다 먼저 넘어졌다 무릎이 땅바닥을 내리쳤다 홍매 화들짝 핀다 무릎에 흑매 해뜩발긋 부풀어 올랐다 우두망찰한, 꿇어앉아 엎드려 누운 선홍빛 얼굴들 가만히 하늘 향해 뒤집어 놓았다 저 꽃들 가시지 않은 겨울 기미 ...
    By정소슬 Views1063
    Read More
  6. 26
    Jul 2015
    13:47

    허스키 / 염창권

    허스키 / 염창권 1. 흐미라고 하는 몽골 음악이 있다 이것은 남자가수가 목구멍으로 소리를 내는 Throat Song이다 대지의 울림처럼 저음과 가성이 공명하는 음역에 우주를 풀어 놓는다 그 사이에 여가수가 등장하여 고음의 살바람을 찢어놓는다 이건 마니경을...
    By정소슬 Views839
    Read More
  7. 26
    Jul 2015
    11:53

    늙은 나무가 사는 법 / 양문규

    늙은 나무가 사는 법 / 양문규 한겨울 세상 밖으로 뚜벅뚜벅 걸어나가는 늙은 나무들을 본다 한평생 붙들어 맸던 구름과 바람과 비와 햇살과 안녕 같은 하늘 속에 집이 되고, 그늘이 되고, 양식이 되던 풀과 꽃과 까치와 다람쥐와 애기벌레들과도 안녕 봄날 한...
    By정소슬 Views915
    Read More
  8. 26
    Jul 2015
    08:52

    봄씨 / 김서희

    봄씨 / 김서희 흰 눈 가득한 2월의 달력에 立春이 들어있다 새순 내민 듯이 위쪽이 뾰족한 두 글자 티끌 같고 씨앗 같고 단추 같다. 아무런 징후도 없이 길바닥에 떨어진 코스모스 씨앗 같은 그것이 어떻게 봄을 세운다는 것인지 흙을 파보면 아직도 살얼음 성...
    By정소슬 Views857
    Read More
  9. 28
    May 2015
    20:31

    불길한 저녁 / 김사인

    불길한 저녁 / 김사인 고등계 형사 같은 어둠 내리네. 남산 지하실 같은 어둠이 내리네. 그러면 그렇지 이 나라에 '요행은 없음' 명패를 붙이고 밤이 내리네. 유서대필 같은 비가 내리네. 죽음의 굿판을 걷자고 바람이 불자 공안부 검사 같은 자정이 오네 최후...
    By정소슬 Views977
    Read More
  10. 14
    May 2015
    08:52

    기원으로 출근하는 남자 / 김정인

    기원으로 출근하는 남자 / 김정인 딱히, 바둑이 너무 좋아서라거나 치매예방에 효과적인 뇌운동이라거나 종일 얼굴 맞대어야 하는 아내의 답답한 시선을 피해서만 아닙니다 평생 이루지 못한 신의 한 수를 찾아 오늘도 하염없이 바둑판을 응시합니다 기기묘묘...
    By정소슬 Views1077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23 Next
/ 23

본 홈페이지는 XE 엔진sketchbook5 layout & board로 제작되었으며, 모니터 사이즈 1280x800 이상이면 무난히 볼 수가 있습니다.
Copyright ©2000 정소슬 All Rights Reserved. RSS
E-mail : moreunduk@hanmail.net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