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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슬의 詩내기

늙은 나무가 사는 법 / 양문규

by 정소슬 posted Jul 26,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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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나무가 사는 법 / 양문규


한겨울 세상 밖으로 뚜벅뚜벅 걸어나가는 늙은 나무들을 본다

한평생 붙들어 맸던 구름과 바람과 비와 햇살과 안녕
같은 하늘 속에 집이 되고, 그늘이 되고, 양식이 되던 풀과 꽃과 까치와 다람쥐와 애기벌레들과도 안녕
봄날 한 아름 나무 등걸 속에 움틀 푸른 열기의 유혹마저도 영원히 잠재운 채
안녕, 또 안녕

고래심줄 같은 뿌리가 폭설과 맞닿는 순간
한 생은 극한이면서 또 얼마나 황홀한 사랑인가
서성이는 통곡 대신 허공을 들쳐 메고 가는 하얀 길

누구도 나이테에 그려진 죽음을 읽지 못하지만 늙은 나무들은 안다

걸으면서 쏴아 센 비바람에 잔가지 몇 개쯤 버리고,
누우면서 쎄앵 거친 눈보라에 굵은 몸 통째로 내려놓으며
저 높은 곳이 언제나 무덤이라는 것을

하늘을 떠가는 늙은 나무들 풍찬노숙風餐路宿 속에서 또 다른 나를 본다

- 2014 『한국작가회의 시분과 앤솔러지』에서


<양문규>
yang_moon_gyu.jpg
1960년 충북 영동 출생.
1989년 《한국문학》으로 등단.
시집 『벙어리 연가』 『영국사에는 범종이 없다』 『집으로 가는 길』 『식량주의자』등.
현, 대전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


<감상>
한 겨울 눈 수북한 창을 내다보며 읽어봄직한 시다.

어느 새 내 머리 위에도
허연 눈이 星星 쌓이고
구들목 깊이 발을 아무리 파묻어 봐도
뼈마디마다 이는 바람 막을 도리는 없고
그때마다 끙~끙~ 잔가지 끊어져나가는 소리만
객지로 나간 자식들 안부처럼 아파 오는데

'서성이는 통곡 대신 허공을 들쳐 메고 가는 하얀 길//...늙은 나무들은 안다/...저 높은 곳이 언제나 무덤이라는 것을'

이 얼마나 통곡할 깨달음이던가?

*. 거의 600쪽에 달하는 <한국작가회의 앤솔러지>를 폭염이 작렬하는 이 계절에야 읽습니다. 같은 곳을 바라보며 같은 생각을 해온 동지들의 글이기에 더욱 살갗에 와 닿습니다.
그런데 한 글 한 글 읽어 나갈수록 명치끝이 아파오는 건 왜일까요?
당장 눈앞의 일차적 감정에 일희일비하며 사는 인간이지만 정작은 가까운 것은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고, 방치하다시피 살아가는 우민한 동물이 또한 인간이지요.
식자우환(識字憂患)이란 말을 껴붙이지 않더라도 '깨달음'이 도리어 우릴 불편하게 한다는 생각을 잠시 해보게 되는 무지무식하게 더운 여름날입니다. ㅎ

Who's 정소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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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 정소슬
메이커 : 1957년식 울산 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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