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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슬의 詩내기

기원으로 출근하는 남자 / 김정인

by 정소슬 posted May 14, 2015
기원으로 출근하는 남자 / 김정인


딱히, 바둑이 너무 좋아서라거나
치매예방에 효과적인 뇌운동이라거나
종일 얼굴 맞대어야 하는
아내의 답답한 시선을 피해서만 아닙니다
평생 이루지 못한 신의 한 수를 찾아
오늘도 하염없이 바둑판을 응시합니다
기기묘묘한 알박기를 위해

죽었던 돌이 다시 살아나고
한 수 삐긋하면 판 전체가 끝장나는
긴장이 맴도는 그런 대국,
마지막 돌을 던지는 순간에도
장고하는 건
일생일대의 대결을 위해서가 아닙니다
바로잡을 수 없는 생의 족적을
비우기 위한 절묘한 수가
어딘가 있을 거라는 희망 때문입니다

나의 숨소리와
마주 앉은 이의 숨소리가
한 테이블에서 흑백의 생을 재단합니다
조금이라도 더 큰 집을 짓기 위해
허물고 허물어지며
바둑판 거미줄에 생을 걸쳐 놓습니다

시간이 똑, 똑 떨어집니다
거꾸로 세워놓은 석간수 한 통
다 비워지는 저녁
갈 길은 먼데 다시 급한 곳부터
포석을 정비합니다

아직도 지을 집이 많습니다

-『유심』2015년 5월호


<시인의 약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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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1년 서울 출생.

- 199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 시집 『오래도록 내 안에서』, 『누군가 잡았지 옷깃,』 등.
- 산문집 『엄마는 7학년』외 논술교육서 다수.
- 초등교사 정년 퇴임 후 현재 백석대학교 평생교육원 독서논술지도강사로 활동 중.

나는 이렇게 읽었다 :


흑과 백,
좌와 우,
상과 하... 상반의
대척점 위에 자신의 명운을 통째 올려놓고
다 얻거나 다 잃거나 All or Nothing의 치킨게임을
무슨 자랑처럼 즐기는 남자들의 세계는 참으로 오묘하고
지긋지긋하기까지 하다.

이는 '대한바둑협회'의 로고인데
대한바둑협회로고.jpg 

흑백의 돌을 싸고도는 회오리가 러시안 룰렛의 방아쇠처럼
조마조마하다.
007영화 포스터의
제임스 본드가 겨눈 총구 같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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