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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슬의 詩내기

[책] 오늘도 일터에선 누군가 죽어간다 ‘존버씨의 죽음’

by 정소슬 posted Jan 18,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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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오늘도 일터에선 누군가 죽어간다 ‘존버씨의 죽음’

[민중의소리] 권종술 기자 epoque@vop.co.kr 발행 2022-01-17 16:01:07

“전쟁 같은 밤일을 마치고 난

새벽 쓰린 가슴 위로

차거운 소주를 붓는다

이러다간 오래 못가지

이러다간 끝내 못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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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박노해가 쓴 시 ‘노동의 새벽’의 첫 구절이다. 박노해는 이 시가 실린 동명의 시집을 1984년 출간했다. 당시 전두환 군사정권에 의해 이 시집은 금서로 지정됐지만, 그런 탄압 속에서도 시집은 100만 부 이상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도 고등학교 시절 보았던, 깊게 주름이 진 노동자의 얼굴이 판화로 새겨진 파란 표지 시집을 잊을 수 없다.

 

시간이 흘러 이제는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에  이 시가 실릴 정도로 시대가 변화했다. 그렇지만 ‘이러다간 오래 못 가지 이러다간 끝내 못 가지’라며 한탄하던 고단한 노동, ‘전력을 다 짜내어 바둥치는 이 전쟁 같은 노동일’은 여전히 현실이다. 육체노동자만의 문제도 아니고, 건설, 공업 등 특정 현장만의 문제도 아니다. 지금도 일하던 이들이 갑자기 죽었다는 소식이 거의 매일 들린다. 누군가는 과로로 쓰러지고, 누군가는 성과의 압박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지금도 ‘전쟁 같은 노동’을 하던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

 

책 ‘존버씨의 죽음’은 우리의 일터에서 일어난, 혹은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죽음을 과로와 성과 체제가 불러일으킨 사회적 살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존버’는 죽음의 위협을 느끼면서도 일을 해야 하는 노동의 압박을 상징하는 이름이다. ‘존버’는 ‘존나게 버티기’라는 뜻의 속어다.

 

버티고 또 버텨야 하는 삶을 살아가는 존버 씨는 지금 죽어가고 있다. 존버씨는 노동의 고통과 비참함에 시달리는 김 알바, 김 인턴, 김 사원, 김 대리, 김 과장과 다르지 않은 이름이다. 갈아 넣고 쥐어 짜고 태우는 과로+성과체제에서 존버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 과로 위험과 성과 압박에 노출되어 있는 우리 모두가 바로 존버씨다.

 

이 책 ‘존버씨의 죽음’은 존버씨의 과로 죽음과 사회적 살인의 장소가 된 우리 일터의 현실을 추적한다. 사회학자 김영선은 오랫동안 과로에 얽혀 있는 일상 이야기를 소재 삼아 우리네 삶의 시간성을 연구해왔다. 전작 『과로 사회』(2013)에서 한국 사회를 ‘과로 사회’로 규정하고, 장시간 노동의 일상 풍경을 파헤쳐 많은 주목을 받았다. 또 『누가 김부장을 죽였나』(2018)에서는 과로가 유발하는 신체적, 정신적, 관계적, 사회적 질병을 ‘시간마름병’이라고 진단하며, 과로가 우리의 몸과 마음, 삶과 미래에 미치는 영향을 추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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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쿠팡 물류센터 근무 뒤 숨진 고 고장덕씨 1 주기가 다가오는 가운데 7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쿠팡의 유족기만 규탄 쿠팡 과로사 재발방지 대책마련 촉구 청와대 국민청원 돌입 기자회견에서 유가족들과 참석자들이 쿠팡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1.09.07 ⓒ김철수 기자

 

이 책에서는 본격적으로 과로 죽음(과로사·과로자살) 문제를 다룬다. 과로 죽음의 ‘과로’를 조명해 과로 죽음이 과로+성과체제가 불러일으킨 필연적인 죽음이며, 사회적 타살임을 분명히 밝힌다. 과로+성과체제란 과로체제가 그대로 유지되는 가운데 경쟁적인 성과 체제가 덧대진 상황을 강조하기 위해 저자가 만든 개념이다.

 

즉 존버씨의 과로 죽음은 단순 개인 문제가 아닌 구조적 문제가 교차하면서 발생하는 사건임을 명확히 규명한다. 이 과로 죽음이 반복해 발생하는데도, 왜 과로 죽음에서 번번이 ‘과로’가 누락되는지 그 원인을 살펴본다. 갈아 넣고, 쥐어 짜고, 태우는 일터가 어떻게 사회적 살인의 장소가 되는지를 밝힌다.

 

궁극적으로 이 책은 과로+성과체제가 불러오는 사회적 살인을 규명하고 그동안 개념조차 없었던 과로 죽음에 이름을 부여한다. “우리는 혹시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죽기 위해서 일하는 건 아닐까?”라고 고민하는 우리 시대 존버씨의 삶을 반추해보며, 과로와 죽음의 거리를 멀어 보이게 하는 자본주의적 담론과 장치에 어떻게 균열을 낼지 이 책은 고민한다.

 

출처 : https://vop.co.kr/A0000160782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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