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칼로 새긴 시대의 아픔과 민중의 고통 ‘80년대 목판화: 손기환·이기정’
[민중의소리] 권종술 기자 epoque@vop.co.kr | 발행 2021-01-05 11:02:57 | 수정 2021-01-05 11:02:57
전시 ‘80년대 목판화:손기환·이기정’ⓒ평화박물관 제공
1980년대 거친 선으로 깊은 주름을 새긴 목판화는 시대를 상징하는 예술이었다. 목판화는 작품을 양산해서 여러 사람이 공유할 수 있고 대중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친근한 이미지 때문에 각국의 민중미술 작가들이 선호했던 장르다. 그 시절 각종 책과 자료집 표지로, 절절한 호소가 담긴 포스터와 리플렛 이미지로 만나던 목판화는 시대의 아픔과 민중의 고통이 선 하나하나에 배어있는 듯 인상적이었다.
그런 1980년대 목판화를 만나는 ‘80년대 목판화:손기환·이기정’ 전이 스페이스99(서울시 구로구 부일로9길 135, 상가1동 101호 평화박물관 2층)에서 오는 2월 27일까지 열린다.
1980년대 목판화는 절박한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기 위해 선택된 하나의 예술 표현수단을 넘어선 문화 실천 운동의 일환이었다. ‘서울미술공동체’와 ‘목판모임 나무’ 등을 통해 활동했던 손기환과 이기정 두 작가는 폭넓은 주제의식과 다양한 형식적 실험으로 일관된 작업들을 선보인다. 30여년이 지난 현재 손기환은 목판화 작업을 지속하면서 동시에 전통 산수화를 재해석하는 회화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반면 이기정 작가는 1995년 목판화 개인전 이후 판화작업을 중단하고 회화작업에만 정진하고 있다.
이기정 '의인의 춤'ⓒ평화박물관 제공
손기환 백두산 판화 모음ⓒ평화박물관 제공
손기환이 풍경에 천착한다면 이기정의 목판화 중심에는 인물이 있다. 손기환의 풍경은 단순히 미술 장르로서 풍경이 아니라 피식민 경험과 독립운동의 역사, 분단의 역사, 산업 근대화 역사의 고난과 질곡을 품고 있는 풍경이다. 반면 이기정의 인물은 농민, 노동자, 도시빈민, 시위 현장의 대학생 그리고 교사인 자신의 학생들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이 두 작가는 공통된 예술관을 지향한다. 미술은 구체적 현실 인식에 기초한 실천행위이고 궁극적으로 삶과 예술은 하나라는 믿음이 그것이다.
이번 전시에 출품한 이기정 작가의 31점 작품 가운데 20여점은 1988년 그림마당 민(대표 문영태)에서 개최된 그의 개인전에서 소개된 이후 32년만에 처음 관객과 만나는 작품들이다. 1988년 당시의 경찰의 검열과 압박에 시달리던 화랑 대표를 보호하기 위해 도록은 고사하고 어떤 전시 소개 인쇄물도 제작하지 못한 탓에 이 작품들을 본 관객들은 극히 한정되어 있었다.
또한 이번 전시에서는 시인 고은의 대하시집(전 7권) ‘백두산’의 삽화로 사용되었던 손기환의 목판화 모음 총 37점 가운데 11점을 엄선해 선보인다. 시집 ‘백두산’을 출간한 창작과비평사에 작품이 제작 되는대로 보내고 작가의 A.P(artist proof)판이 일부 보존되었을 뿐이다. 인쇄된 시집의 삽화로만 독자에게 알려졌을 뿐 오리지널 판화작업은 이번에 최초로 관객과 만나게 된다.
전시 ‘80년대 목판화:손기환·이기정’
□ 전시 기간:2020년 12월 18일(금) - 2021년 2월 27일(토)
□ 개관 시간:화-금 pm 2-5/토 am 10-5
□ 휴관일:공휴일, 일·월요일
□ 장소:스페이스99(서울시 구로구 부일로 9길 135, 평화박물관 2층)
□ 주관:(사)평화박물관건립추진위원회
권종술 기자
출처 : https://www.vop.co.kr/A0000153840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