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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슬의 詩내기

[아침숲길] 文人보호구역 / 박명호

by 정소슬 posted Mar 25,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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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숲길] 文人보호구역 / 박명호

국제신문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입력 : 2017-03-24 19:34:24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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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흔하게 있었지만 흔했기 때문에 소홀히 여기다가 멸종해 버린 것이 많다. 멸종위기 종일 경우 보호 대책을 빨리 세우지 않으면 다시는 복원하기 어렵다. 요즈음 여기저기서 '문인보호구역'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 '말'이라고 표현했지만, 사실상 '신음'에 가깝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그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 신음이 들릴 때 그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정말 문인들이 멸종해버릴지 모른다. 문인들이 없는 사회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끔찍한 사회일 것이다.

 

요즘 넘쳐나는 것이 문인인데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이렇게 반문할 사람들이 있을지 모른다. 물론 지금 문인 숫자가 과거보다 훨씬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오히려 멸종위기라는 역설이 가능하다. 과일나무들이 병이 들면 갑자기 열매가 많이 달리듯이 문학도 스스로 위기를 감지했는지 문인이 엄청 많이 늘어났다. 숫자가 많다 보니 질적 저하는 물론이고, 그것 또한 여러 요인과 합해져서 문학의 멸망을 재촉한 경우가 되어 버렸다.

 

아무튼, 멸종의 징후 가운데 확실한 것 하나는 책이 팔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안 팔려도 너무 안 팔린다. 대한민국 최고의 인기 작가들이 책을 출간해도 책이 잘 팔리지 않는다. 아직도 인기 작가가 소설책을 내면 며칠 전부터 서점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이웃 일본의 풍경은 우리에게 정말 꿈같은 세상이 되고 말았다. 그런 풍경을 단순히 부러워하는 정도가 아니라 멸종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니 우리 사회가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는지 서글프기 그지없다.

 

언제부턴가 작가에 대한 신비감이나 존경심마저도 사라졌다. 게다가 문인들을 대우하지도 않는다. 이러한 작가경시 풍토는 교육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문학작품을 많이 읽고 좋아하도록 이끄는 것이 교육인데 우리의 교육은 그 반대인 것이다. 시나 소설을 가르치면서 언어의 기능적인 부분에 치중하다 보니 작가에 대한 부분을 가르치지 않는다. 그것은 수능시험에 출제하지 않기 때문이다.

 

작품을 읽는다면, 작품에 감동을 받는다면 그 작품을 생산한 작가에 대한 관심은 당연한 것인데 그것을 제외시킨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어떤 경우는 작품보다 작품 뒤에 숨겨진 작가의 삶이 더 감동을 준다. 국어 영역 전체 45문항 가운데 시 3문항, 소설 3문항 정도밖에 출제하지 않는다. 그것도 작품 감상에 대한 문제는 1문항뿐이다. 고작 한 문제를 풀기 위해 어린 시절부터 그렇게 많은 시를 읽고, 소설을 읽었던가를 생각하면 너무 허탈해하지 않았을까. 이런 판에 누가 시집을 사서 읽고 누가 소설책을 사서 읽을 것이며, 누가 시인이고 소설가를 존경하겠는가. 지금 와서 그런 원인을 따지는 것도 한가한 일일지 모른다.

 

'밀다원 시대'가 있었다. 피란 시절 광복동 다방 거리는 일종의 문인보호구역이었다. 일가친척 피붙이 하나 없이 피란 온 문인들이 그야말로 생존 그 자체에 매달리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그 시절에도 그들이 꿈을 꾸고 시를 쓰고 소설을 쓰면서 인생을 논하던 공간이 있었다. 그들은 그곳에서 그나마 숨통을 틜 수 있었다. 문학이라는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그곳은 밀다원 같은 다방이었다. 그곳은 문인보호구역이었고, 거기서 생산된 문학작품, 그 작품을 생산한 작가들과 그들의 문학적 영혼은 살아서 오늘날 한국문학의 밑거름이 되었다.

 

중국 조선족 사회의 경우 과거 200만 명이 넘는 동포가 중국의 동북 3성에 주로 모여 살고 있었다. 우리의 언어와 풍습을 잘 지키며 민족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오히려 강한 자긍심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한국에 70만 명 이상이 들어왔고 중국의 다른 지역 대도시로도 많이 떠나버리고, 그 자리를 한족들이 대신함으로써 조선족 사회는 붕괴 또는 소멸 위기에 놓여 있다. 그러나 아직도 조선족 사회가 붕괴하지 않고, 아니 쉽게 붕괴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그 중심에는 문학이 있다. 조선족이 여러 곳으로 뿔뿔이 흩어져도 그들이 지금껏 간행하던 각종 문학잡지는 여전히 간행되고 있고(오히려 몇몇 잡지는 새롭게 창간되었다) 창작도 왕성하고 독자들도 여전하다. 지난해에는 총상금 5000만 원에 해당하는 단군문학상을 제정하기까지 이르렀다. 한국사회에서도 힘든 5000만 원 문학상금이라 그들 사회에서 문학을 대하는 태도를 짐작할 만하다.

 

'문화로 융성하는 부산'이란 부산시의 표어가 공허하게 느껴지는 것은 문화의 기초인 문학이 빈사 상태에 있는데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아무리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미술계를 대표한다는 부산비엔날레가 거창하다 해도 그것은 먼 나라 이야기가 되고 만다. 호주가 문화의 기초인 문학을 등한시하고 영화 같은 이차 삼차 예술 분야에만 관심을 쏟다가 정작 호주다운 문화를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밀다원' 같은 공간을 기대하는 것은 욕심일까. 누가 알겠는가? 이 글을 읽은 어느 뜻있는 독지가가 나타날지….

 

소설가

 

 

출처 :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1700&key=20170325.22019193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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