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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슬의 詩내기

-> 문병란 선생님 전 상서 제24신

by 정소슬 posted Jul 3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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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란 선생님 전 상서 제24신

 

 

 

    문병란 선생님 전 상서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열대야에

    산다는 것이 하루하루 역경입니다.

    제 어린 시절만 해도 대낮의 한줄기 소낙비가 땅을 식혀주고 가곤 하던 여름날이었는데

    그런 착한 여름은 이제 빛 바랜 추억 속에나 남은 전설이 된지 오래입니다.

     

    자업자득일 테지요.

    좀더 편하고 좀더 풍요를 누리려는 인간의 욕구가 자본주의라는 적대적 포식꾼을 만나 지구를 망치고 있는 그 대가이겠지요.

    제 집에서 근무지까지 운동 삼아 걸어오자면 보통 20여 분이 걸리는데, 오는 내내 숨이 막힙니다.

    그 사이 소공원도 있고 길거리 가로수도 있지만 시멘트 바닥 혹은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열기가 이미 한증막이지요.

    거기다 수시 차들이 지나며 열기를 내뿜고 옆 건물 가게에서 내뿜는 에어컨(실외기) 열기까지 정말 장난이 아닙니다.

     

    집에서 샤워로 몸을 한껏 식혀 나오지만 5분도 안 되어 땀 범벅이 되고 맙니다.

    올해는 더욱 심한 거 같습니다. 아니, 해마다 더욱 심해져 가는 거 같습니다.

    뉴스에서도 이곳 울산이 대표적 폭염지역으로 보도되고 있는 가운데 산업체 곳곳에서 연일 터지는 사고 소식에다 대표적 기업 중 하나인 현대중공업의 천문학적인 적자로 인한 대규모 감원설까지 나돌고 있어 흉흉한 이곳 불쾌지수가 한계치를 넘어선 지 오래입니다.

     

    그러나 선생님의 시 「희망가」처럼 이 무식 불쾌한 더위도 곧 물러가겠지요.

    '꿈꾸는 자여, 어둠 속에서/ 멀리 반짝이는 별빛을 따라/ 긴 고행길 멈추지 말라'하신 그 길을 내일도 걸어야겠지요.

     

    선생님 연구소 내 불운(?)도 곧 걷히리라 여깁니다.

    계절이나 사람들 삶이나 변덕 심한 거야 매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새벽의 짙은 안개로 10미터 앞도 안 보이다가도 한 줄기 바람과 함께 해가 뜨는 순간 아이 얼굴처럼 해맑아지는 자연이지요. 또한 사람들 관계도 그렇고요.

     

     

     

    우두망찰 / 이명수

     

     

    남의 집 담 너머

    꽃 보다 먼저 넘어졌다

    무릎이 땅바닥을 내리쳤다

    홍매 화들짝 핀다

    무릎에 흑매 해뜩발긋 부풀어 올랐다

    우두망찰한,

     

    꿇어앉아

    엎드려 누운 선홍빛 얼굴들

    가만히 하늘 향해 뒤집어 놓았다

     

    저 꽃들

    가시지 않은 겨울 기미 속

    눈물 빼물고 있는 저 사람

     

    허전허전하다

    절룩이며 삼천대천

    화엄의 바다를 건너다본다

     

    - 2014 『한국작가회의 시분과 앤솔러지』에서

     

     

    <이명수> 1945년 경기 고양 출생. 1975년 《심상》으로 등단.

    시집 『공한지』, 『흔들리는 도시에 밤이 내리고』, 『등을 돌리면 그리운 날들』, 『왕촌일기』, 『울기 좋은 곳을 안다』, 『風馬룽다』, 『바람코지에 두고 간다』 등.

     

     

    <감상> 여기, 꼭 사자성어만 같은 '우두망찰'은 순 우리말이다.

     

    우두망찰하다 : 정신이 얼떨떨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는 모양.

     

    굳이 한자로 '牛頭望察'이라 표해도 된다는 이도 있지만 불교 언어로 들어온 <아침> <점심>이 우리말로 굳어버린 것처럼 말이란 그 유래와 상관없이 편하고 곱게 쓰이게 되면 내 것이라 해도 나무랄 이 없다. 문제는 다수가 인정하고 공유할 소통이다.

    '소통'이라 하면 다시 모두가 편해야 한다는 보편성에다 서로 상처를 주지 않는 고움(beauty)과 착함(purity)을 지녀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금 젊은이들이 쓰는 정체불명의 외계 언어들, 걱정이 많다.

    그러나 장차 이 나라를 이끌어갈 이는 다름 아닌 그들이라는 점을 상기한다면 그들끼리 활발히 고민하고 논의할 자리를 깔아주는 이상의 더할 역할은 없다.

     

    이런 좋은 시를 대할 적마다 할말이 없어져 이처럼 엉뚱한 얘기를 자꾸 늘어놓게 된다.

     

    우둥망찰이다.

     

     

     

    오늘 울산 최고기온 37도로 전국 최고였다는 뉴스가 오늘을 마감하는 밤 뉴스까지 이어지군요.

    그 소리에 더 덥습니다. 공해입니다.

    이곳 울산의 대명사였던 그 단어가 새삼 끔찍하게 다가오는

    잠 못 드는 밤입니다.

     

    모쪼록 건강 유의하시고

    나날 편안한 날 되십시오.

     

    2015년 7월 30일

     

    울산에서 정소슬 올리옵니다.

 

Who's 정소슬

profile

브랜드 : 정소슬
메이커 : 1957년식 울산 産
성능/직업 : 비정규직
취미 : 긁적이기, 똥폼으로 사진 찍기
잡기 : 음치, 몸치, 길치... 등 중증 치과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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