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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슬의 詩내기

-> 문병란 선생님 전 상서 제21신

by 정소슬 posted Jul 11,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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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란 선생님 전 상서 제21신

 

 

 

    문병란 선생님 전 상서

     

     

    폭우와 홍수로 묵은 악의 찌끼들을 속시원히 정리해주어야 할 장마가 찔끔찔끔(서울엔 고작 5mm가 내렸다나요?) 고달픈 서민들만 힘들게 하는 장마시즌입니다.

    메르스에 가뭄에 그리스 디폴트 사태까지 터져 이 고단한 나락의 끝이 어디인지 가름조차 어려운 시국입니다.

     

    그 와중에 내년도 최저임금이 6,030원으로 결정되었다는군요. 올해보다 8.1% 인상되었다고 이 정부의 대단한 치적처럼(뻔한 표플리즘이라는 걸 다 아는데) 떠들어댑니다.

    제 일자리 경비원들도 이 적용을 직접적으로 받는데요(최저임금 이상의 돈을 주는 데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면 내년이면 임금이 8.1% 오르느냐, 전혀 아닙니다.

    갖가지 이유를 붙여 고작 2~3% 올리는 것으로 그칠 게 뻔합니다.

     

    어떤 방식이냐, 휴게시간을 늘려 그만큼 임금을 삭감하는 거지요. 주로 야간 시간에 적용시키는데 이를테면 밤 12시부터 새벽 몇 시까지 휴게하라며 그 시간만큼의 임금을 안 주는 겁니다. 그렇다고 그 시간 자리를 비울 수 있느냐, 그것도 아닙니다. 비우면 근무지 이탈로 간주하는... 이따위 얼토당토 않는 편법이 공공연 자행되고 있지만 누구 하나 나서주지 않지요.

    오히려 "최저임금 올리면 우리 일자리 달아난다!" 이런 관제데모를 부추기기 일쑤죠.

     

    최저임금제가 처음 시행될 당시 감시·단속직 근로자(경비원 등)의 경우 '최저임금의 80%' 적용이라는 예외를 두어 순차적으로 상향키로 하였는데(2012년부터 100% 적용) 휴게시간이라는 편법을 내세워 벼룩의 간을 빼먹도록 해온 거지요.

    그럼에도 월마다 꼬박꼬박 떼가는 내 국민연금으로 대재벌 삼성가의 후계구축에 백기사로 나서면서 애국이니 우국충정이니 떠들어대는 이 나라 아닙니까.

     

     

     

    화해에 대하여·2 / 나종영
     
     
    너는 늘 나에게 지나간 과거에 대하여
    잊어버리자고 달콤하게 속삭이며
    손을 내밀지만
    우리에게 보다 나은 먼 내일이 기다린다고
    장밋빛 노래 불러주지만
    나는 너의 손목을 잡을 수가 없다
    안경 너머 히죽거리는 너의 웃음 뒤에
    숨은 음흉한 흉계와 네가 내민 손길 뒤에
    덮쳐올 야수의 발톱을 잊을 수가 없다
    너는 나의 사랑을 빼앗고 여린 젖가슴을 찢고
    피투성이 나를 비바람이 치는 거리에 내동댕이쳤다
    이제 너는 푹신한 안락의자에 앉아
    TV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면서
    이 겨울 배를 채울 한 끼의 밥과
    몸을 데울 몇 장의 연탄을 생각해 준다
    한 조각 봄볕마저 빼앗으면서
    기름진 얼굴로 씽긋 미소를 흘리는 너에게
    화해란 언제나 부드러운 것이다.
     
    - 『누가 그대 큰 이름 지우랴(1987, 인동)』중에서

     

     

     

    이영진 선생님과 함께 엮으신 '5월 광주항쟁 시선집' 속의 나종영 시인의 시인데요,

    '이 겨울 배를 채울 한 끼의 밥과 몸을 데울 몇 장의 연탄'값이 내년엔 6,030원/시간이란 뜻이겠지요.

    고작 1% 남짓한 지분으로 수백 조의 기업 자산을 마치 떡 주무르듯 해온(가공할 능력자들, 이 능력 대체 누가 준 건지요?) 그들에게 노동자측에서 내세웠다는 시간 당 1만원의 최저임금은 그들 왕조가 파멸할 정도의 천인공노할 액수일 테지요.

     

     

     

    솔직하자 우리 / 정소슬(미발표작)
     
     
    섹스는 더럽다고
    아니, 더러워야 섹스라고
    야해야 예술이라고
    정직하면 죽고 착하면 망한다고
    약자는 보호대상이 아니라 척결대상이라고
    법은 강자를 더 강하게 만들기 위해 있다고
    터놓자는 말을 터주자는 말이라고

     

     

     

    연일 보내 주시는 선생님의 시작노트와 유명 시인의 시평들을 읽노라면

    제 시의 깊이가 얼마나 얕고 감성에만 기댄 시인지를 절감합니다. 솔직히 절망도 합니다.

    일전, 요즘은 시도 잘 안 적히고 마땅히 답해 올릴 것도 없어 그간 긁적여온 <시 감상>을 묶어 보내긴 했습니다만, 깊이 없이 겉포장만 그럴 듯한 말 잔치의 감상들이어서 부끄럽고 송구스럽기만 합니다.

    솔직히 그 글들은 남들에게 보이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감동을 주신 글과 그 주인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려 쓴 글입니다. 시를 쓰는 같은 입장에서 보답의 인사랍시고 말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는 시에 대한 소질을 그다지 타고나지 못한 거 같습니다.

    떠오르는 시상을 시화하는데 무한정의 시간이 소요되거나 도무지 퇴고하지 못하는 시편들만 날로 느는 걸 보면 알고도 남습니다.

    이런 저런 연유로 하여 자극적 언어와 저항적 묘사에 자꾸 기대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시를 쓰면서부터 매사 부정적으로 변했다는 소릴 자주 들으니 말입니다.

     

    보내주시는 글월들 새겨 읽고 있으며 오직 한 길만을 걸으시는 모습에 깊이 감동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고무신'은 이 민족을 옳은 길로 이끄시려는 고유신(膏油神:말이 됩니까?)이라 여깁니다.

    들쭉날쭉한 날씨에 각별히 건강 조심하세요!

     

    2015년 7월 11일

    울산에서 정소슬, 엎드려 올리옵니다.

     

 

Who's 정소슬

profile

브랜드 : 정소슬
메이커 : 1957년식 울산 産
성능/직업 : 비정규직
취미 : 긁적이기, 똥폼으로 사진 찍기
잡기 : 음치, 몸치, 길치... 등 중증 치과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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