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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슬의 詩내기

이하석 서사시집 '해월, 길노래'

by 정소슬 posted Nov 24,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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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해월, 길노래…이하석 시인이 시조로 쓴 '최보따리 선생' 전기

[영남일보] 백승운 입력 2023-11-24 08:43 수정 2023-11-24 08:45 발행일 2023-11-24

도망자 삶 살며 역사참여 실천

동학 2대 교주 최시형 발자취

시편마다 해월 삶·정신 오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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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월 최시형의 생전 모습. 이하석 시인의 서사시집 '해월, 길노래'는 시조의 형식을 빌려 동학 2대 교주 해월 최시형의 삶과 이력을 다룬다. <영남일보 DB>

 

한국시단을 대표하는 이하석 시인의 서사시집이다. 시가 아닌 시조의 형식을 빌려 동학 2대 교주 해월 최시형의 삶과 행적을 다룬다. 해월을 다룬 서사시집으로서는 최초다.

 

이번 시집에는 해월의 일대기가 한편의 서사로 이어진다. 출생부터 젊은 시절의 행적, 지명수배를 받아 피신을 다니면서도 수많은 이들에게 끊임없이 포교하는 모습 그리고 체포되어 교형에 처하는 마지막까지, 해월의 전 생애를 씨줄과 날줄로 묶어 펼쳐 보인다. 시편마다 해월의 올곧은 삶과 정신이 오롯이 드러난다.

 

해월은 어린시절 부모를 여의고 흥해, 신광 등지를 떠돌며 머슴살이와 제지소 심부름꾼을 하며 힘겨운 시절을 보냈다.

 

"종천지통(終天之痛) 떠돌이/ 사방으로 놓여났네/ 어린 누이와 친척집으로 머슴으로// 그 길에 절로 이어져/ 천지간의 길 엮었네"('소년기' 전문)

 

궁핍한 삶을 이어가던 해월은 산골 마을을 전전하며 생계를 이어가며 세상사를 익혔다. 이후 포항 검곡에 정착하며 젊은 시절을 보낸다.

 

"산간오지도 그에겐/ 세상 향한 문간이었네// 깊고 먼 골짜기 밭고랑 일구어서// 그 고랑 구불구불한 뭇 길들과 이었네"('검곡'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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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석 지음/ 한티재/88쪽/1만5천원

 

검곡에 머물던 해월은 35세 되던 1861년 경주 구미산 용담에서 동학 교주 수운 최제우가 새로운 가르침을 편다는 소식을 듣고 그를 찾아 동학에 입도한다. 이후 스승인 수운의 가르침을 받으며 입도한 지 3년이 채 되지 않아 도통(道統)을 물려받아 동학의 2대 교주가 된다.

 

"검곡~구미산 산길 열어/ 수운과 이었네// 단전밀부(單傳密府)는 검은 바다의 달빛 그물// 이후로 그의 생애는 파도 낚는 어부였네"('도통' 전문)

 

하지만 수운이 조선 조정에 의해 참형을 당하고 해월은 수차례 지명수배를 받아 평생을 '도망자의 삶'을 살아간다. 특히 보따리를 멘 채 백두대간 산간에 몸을 숨기고 다녀 '최보따리'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보따리로 전전했네 머슴으로 일관했네/ 일하는 사람이 바로 한울림이라고/ 기어이 한울님 일을 맡은 머슴 교주라네"('최보따리' 전문)

 

추적을 피해 다니는 도망자의 삶이었지만 해월은 가는 곳마다 포교에 힘을 쏟았다. 무엇보다 독특한 우주관과 인간관, 자연관을 더욱 심화시켜 근대정신의 획기적인 전환을 예고하는 '인간 평등과 만물을 한 덩어리로 담는 큰 사상'을 온 몸으로 펼쳐 보였다. 그의 가르침은 수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동학은 다시 일어서 꿈틀거렸다.

 

"수운의 가르침 낱낱이 구송하여/ 제자들 또박또박 받아쓰게 하네/ 그 교시 차곡차곡히 보따리로 여몄느니"('구송口誦' 전문)

 

고단한 삶이었지만 새로운 세상을 꿈꾸던 해월은 결국 1898년 3월 원주에서 체포되어 서울로 압송, 그해 6월 2일 교수형에 처한다.

 

"쫓기고 쫓기고 쫓기고 또 쫓겨도/ 우리 삶 한복판의 마당놀이 안 벗어나// 이 마당 한복판에서/ 꽃처럼/ 떨어지네"('처형' 전문)

 

이하석 시인은 "해월은 오래된 '과제'였다. 대학시절부터 '도망자의 삶'을 살면서 '역사 참여'를 실천한 아이러니한 행적을 서사화하려 했지만, 이루지 못한 채 오늘에 이르렀다. (이제) 그를 통해 내 속 꿈틀대는 질문과 대답으로 흐르는 길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월의 가르침이 지금, 이 시대에 다시 살아나기를 바라며 시집을 맺는다.

 

"도바리로, 여전히 최보따리로 흐르는/ 고난 광휘의 물물천(物物天) 사사천(事事天)의 길// 이 길로 분단 꿰매어 후천 한마당 펴세"('다시 한길로' 전문)

 

백승운기자 swback@yeongnam.com

 

출처 : https://www.yeongnam.com/web/view.php?key=20231122010003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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