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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슬의 詩내기

[일제강점을 통해 배우다] (1) 경남의 위대한 스승 전홍표, 윤세복, 안희제

by 정소슬 posted May 25,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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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을 통해 배우다] (1) 경남의 위대한 스승들!(전홍표, 윤세복, 안희제)

제자 가슴에 댕긴 항일 불씨가 ‘조국광복 불길’ 되다

[경남신문] 기사입력 : 2019-05-23 22:00:00

 

 

 

  

3·1독립만세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일제강점기를 살았던 이들의 이야기를 월 1회 총 8회에 걸쳐 연재한다. 연재는 밀양독립운동사연구소 부소장이자 밀양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고 있는 최필숙 교사가 맡는다.

 

조국이 위기에 처했을 때 자신의 재산은 물론 목숨마저 내어놓았던 그들의 희생이 없었더라면 지금 우리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그들의 고귀한 희생을 알고 기억하며 그 정신을 이어나가는 것이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들의 의무일 것이다.

 

일제강점기 많은 사람들이 자기를 희생할 수 있었던 여러 이유들 중에 스승들의 가르침과 그 행동을 본받으려는 제자들의 선택이 있었다. 몸소 실천하는 스승의 삶은 제자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고, 자기희생을 위한 결정으로 연결됐다.

 

오월은 가정의 달로 많은 기념날이 있다. 그중 하나가 ‘스승의 날’이다. 학생들이 주는 것이라곤 조화 하나밖에 받을 수 없는 현실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교사들에게도 본이 됐던 일제강점기의 스승들! 을강 전홍표, 단애 윤세복, 백산 안희제를 소개한다.

 

 

◆을강(乙江) 전홍표(全鴻杓)

 

“빼앗긴 국토를 다시 찾고 잃어버린 주권을 회복하기 전에는 언제나 슬프고 비참하다. 그러기에 우리의 목숨이 살아 있는 동안은 강도인 일본과의 투쟁을 한시도 게을리할 수 없다. 미래는 너희들의 것이다. 너희들이 분기하지 않고, 대체 누가 조국광복의 대업을 이룰 것이냐?”

 

매일 아침 을강은 어린 학생들을 향해 외쳤다. 을강은 1869년 밀양시 내이동에서 태어났고 한학을 수학한 뒤 밀양 유림의 상징인 연계소를 중심으로 활동하다 을사늑약 이후에 의병진을 구성하는 등 의병항쟁을 준비했다.

 

러일전쟁 이후 국권침탈이 본격화되는 시점인 1908년 지역의 유지들이 사립 동화학교를 설립했다. 초대 교장 윤병연, 2대 교장 윤희영을 이어 3대 교장에 을강이 취임했다.

 

을강은 동화학교 학생들을 지도해 연무단을 조직하게 하고 수많은 독립운동가를 길러냈다. 특히 약산 김원봉, 석정 윤세주, 최수봉, 김상윤 등 밀양을 대표하는 의열투쟁가는 물론 밀양 만세운동의 주역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이러한 민족의식 교육이 일제로부터 미움을 받아 동화학교가 법인단체가 아니라는 이유로 강제 폐교를 당했다. 당시 학생이던 김원봉과 윤세주, 그리고 친구들은 폐교의 원인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것이라 생각해 집안 어른에게 때로는 노동의 대가로 돈을 마련해 을강을 찾아갔다. 고사리 같은 손에 80원이라는 돈(당시로서 매우 큰돈임)을 마련한 어린 학생들을 품에 안으며 눈물짓던 을강은 경제적 이유가 아니라 반일사상 때문에 폐교됐음을 알렸다. 그리고 “너희들의 손으로 강도 일본을 반드시 쫓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3·1만세운동에 직접 참여한 제자 윤세주와 윤치형이 을강을 찾아와 밀양에서도 만세시위를 해야 한다고 논의하자 이를 지도하고 함께했다. 이후 일경에 쫓긴 을강은 백두산 자락에서 나라를 잃은 조선 유민의 한 사람으로서 피눈물 나는 심경을 글로 적어 하늘에 고한 ‘고천문’을 남겼다.

 

이후 밀양으로 돌아온 을강은 제자 최수봉이 밀양경찰서 폭파의거로 사형을 당하자 그의 유해를 인수하고 장례를 치르도록 지도하고 기부금을 모집하다 일경에 체포됐다. 사형당한 자에게 동정하고 반역사상을 칭찬했다는 죄명으로 기소됐다.

 

한시도 조국광복을 위한 마음을 잊지 않았던 을강은 어린 제자들의 마음에 불을 붙인 위대한 스승으로서 기억되고 있다. 그동안 수형 기록이 없다는 이유로 서훈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나, 2018년 3월 건국포장이 추서됐다.

 

 

◆단애(斷崖) 윤세복(尹世復)

 

‘이 몸이 옥사한 뒤 유해를 출송하거든/ 원컨대 동지들아 그 당시 화장하여/ 목단강 흐르는 물에 재를 던져주/ 또 만일 출옥되면 갈 곳이 어디메뇨/ 아 백두산 기슭에 한 줌 흙이 되었다가/ 천진전(天眞殿) 새로 건축할 제 기와 받침 하오리’

 

단애 윤세복이 목단강 형무소에 수감 중이던 시기에 쓴 시로 그의 신념을 엿볼 수 있다.

 

대종교의 3대 도사교(교주)인 단애 윤세복은 1881년 밀양시 부북면 무연리에서 태어났다. 그의 형은 육군주만(陸軍駐滿) 참의부의 참의장을 지내고 평생 독립운동에 헌신해 정부로부터 독립장을 추서받은 백암 윤세용이다. 윤세용의 아들 윤창선도 서훈을 받았으니 한 집에서 세 사람의 서훈자가 태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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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창학교 제1회 졸업기념 사진. 앞줄 가운데 흰 옷을 입은 이가 단애 윤세복 선생이다.

 

만석꾼 집안에서 태어나 형과 함께 한학을 수학했고 13살 위인 윤세용의 영향으로 신학문을 배웠다. 이후 밀양과 대구에서 교사로 활동했으며 대동청년단에 가입했다. 단체에는 안희제·서상일·김동삼 등이 참여하고 있었다.

 

경술국치로 충격을 받은 단애는 1910년 대종교에 입문했다. 단애는 본명인 세린(世麟)에서 국권 회복의 의미를 지닌 세복(世復)으로 바꾸고 단애라는 도호를 받았다. 서간도 지역의 포교활동을 제안받은 단애는 가산을 정리해 형과 함께 만주로 향했다. 두 형제는 동창학교(東昌學校)를 설립해 대종교 포교와 민족교육운동을 전개했다. 단애는 학생들에게 “한민족의 조상은 백두산 기슭에서 나왔다. 중국 민족이나 일본 민족은 그 지류에 불과할 뿐이다. 따라서 우리 모두 국권 회복에 노력해 부여국과 부여 민족의 독립발전을 도모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때때로 이극로·신채호·박은식 등 저명한 독립운동가들이 이곳에 머물며 교사로 활동했다.

 

동창학교는 체육교육을 통해 독립군 전사다운 체력을 단련시키고 국어와 국사교육을 통해 민족의식을 고취했다. 일제는 결국 학교를 폐교시켰고 그곳에서 활동하던 독립운동가들도 모두 추방됐다.

 

국내에서 3·1운동이 준비되고 있을 당시 단애는 민족대표 39인이 대한독립선언서를 발표할 당시 민족대표로 서명했다. 평화적 시위로는 결코 독립을 쟁취할 수 없다고 판단해 흥업단을 조직했다.

 

단애는 1924년 제3대 대종교 교주로 취임했다. 백산 안희제를 대종교에 입교시킨 뒤 그로 하여금 발해농장을 설립하게 했다. 이 농장은 독립투쟁의 인적·물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고, 특히 발해보통학교를 건립해 민족교육을 시행했다. 임오교변(壬午敎變)으로 단애를 비롯한 대종교의 지도자들이 대거 체포돼 1년 6개월 동안 모진 고문을 받았고, 이 과정에서 안희제를 비롯한 10명이 옥사했다. 단애는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 1962년 정부에서는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다.

 

 

◆백산(白山) 안희제(安熙濟))

 

일제강점기 삼백(백범 김구, 백암 박은식, 백산 안희제) 중의 한 분이라 불렸던 백산은 1885년 의령에서 태어났다. 서울 보성전문학교에 입학했으나 양정의숙으로 전학, 학문을 연구하면서 국권 회복을 위해서는 교육이 급선무임을 인식해 1907년 교남학우회(嶠南學友會)를 조직했다. 가난한 학우들의 학비를 도와주고 방학기간을 이용해 민중계몽운동을 전개해 민족의식을 고취했다. 1908년에는 이를 확대해 영남지방 유지들과 함께 교남교육회(嶠南敎育會)를 조직해 잡지 발행을 통해 민중을 계몽하고, 학교 설립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는 데 힘을 모았다. 동래 구포에 구명학교(1907), 의령에 의신학교(1907) 고향인 입산리에 창남학교(1908)를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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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해보통학교 제1회 졸업기념 사진. 앞줄 왼쪽 두 번째 앉은 이가 백산 안희제 선생이다./독립기념관/

 

일제의 국권 침탈로 군대마저 해산당하자 백산은 1909년 ‘대동청년단’을 조직하고 2대 단장으로 활약했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서는 유기적인 정보 연락망, 독립운동자금 조직망이 필요하다고 여겨 가산을 정리한 1914년 부산 중앙동에 백산상회(白山商會)를 설립했다. 서울·대구·안동·원산·봉천 등지에 지점을 설치해 독립운동에 기여했다. 백산상회는 1919년 1월 파리강화회의에 파견한 신한청년당이 국내에 파견한 밀사 김순애가 찾은 곳이며, 동경 2·8독립선언을 국내에 전파하기 위해 김마리아가 찾은 곳이었다.

 

대한민국임시정부 활동자금도 국내의 연통제와 교통국을 통해 전달됐는데, 가장 많이 활용된 통로가 바로 백산상회에서 만주의 이륭양행을 통한 자금 전달이었다.

 

만세운동 이후 언론사업에 관심을 가져 1926년에는 시대일보를 인수해 중외일보로 변경했고, 종간되는 1931년 6월까지 사장·발행인·편집인으로 활동하면서 압수와 정간 등에도 항일언론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했다.

 

1931년 국내 사업을 정리하는 한편 대종교에 입교하고 발해의 고도 만주 동경성에 토지를 구입해 1933년 발해농장을 설립했다. 농장 내 발해보통학교를 설립해 교장을 역임했다.

 

1942년 대종교 교주인 윤세복을 비롯한 국내외의 대종교 지도자를 일제히 검거해 고문한 사건이 임오교변(壬午敎變)이다. 백산도 체포됐고, 목단강성 경무청에서 9개월간의 혹독한 고문으로 인해 병보석으로 출감했으나 3일 만에 순국했다. 정부에서는 1962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다.

 

우리는 흔히 말한다. 좋은 교사는 잘 가르치고, 훌륭한 교사는 스스로 모범을 보인다. 그러나 위대한 교사는 제자들 가슴에 불을 지펴 그들 스스로 활동하게 하는 것이라고. 일제강점기 암울했던 현실 속에서 제자들 가슴에 불을 댕긴 위대한 스승들이 존재했기에 망설임 없이 자신의 재산과 목숨을 내어놓을 수 있는 위대한 제자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희생은 대한민국이라는 우리의 조국을 당당히 찾게 만들어주었다.

 

밀양고등학교 교사 최필숙

 

출처 : http://www.knnews.co.kr/news/articleView.php?idxno=1288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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