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기막힌
초등학교 시절
장마 폭우로 등굣길이 사라져버렸을 때
이런 기막힌 슬픔이 있을까 했다
사실은 갑자기 나타난 즐거움이
신기하기만 하였다
엄혹했던 군 복무 시절
군 최고통치권자였던 대통령 서거 소식에
이런 기막힌 슬픔이 있을까 했다
사실은 이제 좀 편해지겠지 하는 기대가
갸륵하기만 하였다
산업역군이던 시절
고래 등 같은 기업들이 줄줄이 무너질 때
이런 기막힌 슬픔이 있을까 했다
사실은 내 회사 하나 만들 수 있겠다는 계산법이
곱상하기만 하였다
왜곡과 탈법이 판치던 시절
잔잔하던 바다가 거꾸로 뒤집어졌을 때
이런 황망한 슬픔이 있을까 했다
사실은 고래고기 실컷 먹겠다는 군침이
기막히기만 하였다
- 『고래와 문학』통권 5호

2014년 4월 16일
인천-제주 정기 항로 여객선 <세월호> 침몰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