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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슬의 詩내기

이형권 첫 시집 '칠산바다'

by 정소슬 posted Mar 16, 2021

이형권 시인, 첫 시집 '칠산바다' 발간

[광주in] 조지연 기자 | 승인 2021.03.10 12:59

'문학들' 61번째 시집..40년 만에 돌아온 ‘청년 문사’

문화유산답사 전문가 이형권 시인의 첫 시집

“우리 시의 품격을 고스란히 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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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서 이십 대를 문학청년으로 보낸 이라면 이형권 시인의 첫 시집을 받아 든 순간 아, 하고 무릎을 칠 것이다. ‘그가 돌아왔구나.’

 

그는 광주에서 일찍이 이름난 청년 문사였다. 고교 시절 여러 백일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더니 전대신문사 현상공모에서 1학년 신분으로 시 부문에 당선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지금도 칠산바다에 가면/길길이 해송들 사이/산발하고 울부짖는 미친 눈보라 송이/등 돌린 물결처럼 사랑은 젖고”로 시작되는 당선작 「칠산바다」는 이별과 죽음, 살아남은 자의 슬픔 등의 정서가 당시의 암울한 시대상황과 맞물려 읽는 이의 마음을 단박에 사로잡았다

 

 어쩐지 구슬프고 아련하며 뜨거운 열정과 전통적인 가락은 이번 시집의 시편에도 고스란히 살아 있어 그의 시적 감수성이 그 시절에 이미 터득된 것임을 느끼게 해 준다.

 

그가 재수생 시절에 썼다는 시 「머슴새」가 전남대 교지에 발표되었을 때는 그 빼어난 성취도로 인해 광주 문단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풍속과 역사와 정치와 미의식을 단 한 줄기의 언어 형상으로 통일해 내는 이 놀라운 감수성이 빚어낸 파장은 얼마나 컸는지 모른다. 세상은 아프고 민심은 흉흉한 1980년대 중엽의 지방 도시가 흡사 르네상스를 맞는 듯 시의 미광(微光)에 싸였던 것도 그를 꼭짓점으로 한 후배 문청들이 출현하여 ‘혁명적 김소월’의 길을 다투듯이 발산한 탓이었다. 당연히 그를 앞세운 ‘광주청년문학회’는 전국적 명성을 떨치며, 문화 전통과 고유 미학을 연마하는 훈련장이 되었다.”(김형수, 「발문」 중에서)

 

그는 1982년에 ‘5월항쟁’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이승철, 박선욱, 조진태 등과 <광주 젊은 벗들>을 결성해 시 낭송 운동과 시화전을 열었고, 1984년에는 전남대 국문과 시 동아리 <비나리패>를, 1988년에는 <광주청년문학회>를 주도적으로 결성해 문예운동에 정열을 쏟기도 했다.

 

1990년 진보 문예지 『녹두꽃』과 『사상문예운동』, 『창작과비평』 등에 시를 발표하기도 했으나 이후 문화유산답사 전문가가 되어 문학판에서 이름을 감추었고, 30년 만에 시집 『칠산바다』를 들고 돌아왔다.

 

그는 남도의 무명 포구 같은 시인이다. 그의 시에는 한승원이 김발을 매던 득량만의 곰삭은 포구처럼 쓸쓸하거나 이청준이 노래한 서편제의 주막집 같은 애절한 가락이 숨 쉬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이미 사라지고 없으나 자신의 몸에 체화된 공동체적 감성으로 국토의 곳곳을 누비며 그 풍경을 자신의 가락과 추억 속에 내면화시켜 여행가다운 새로운 면모의 ‘여행시’를 선보이고 있다.

 

특히 제1부 ‘행운유수의 길’의 시들은 문화유산답사 전문가로 살아온 떠돌이 여행자 시인의 체취가 물씬 풍긴다. “사과꽃이 피면/서벽에 가리라” “서로의 슬픔을/말하지 않은 채/서벽에는 그리움뿐이려니/그곳에 앉아서/오지 않을 사람을/하염없이 기다려도 좋으리”(「서벽」 부분).

 

서벽은 봉화군 춘양면의 마을이지만 시인은 지명의 소재를 시집에 밝히지 않았다. 곳곳에 등장하는 장구목이며 묵계며 하는 지명도 마찬가지다. 어디에 있다는 사실보다는 그냥 한 편의 시로 감상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서다.

 

누구나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지명이어서 관심 있는 독자라면 이 한 권의 시집을 들고 곳곳에 등장하는 지명의 소재지를 찾아가 보는 것도 흥미롭고 뜻깊은 여행이 될 것이다.

 

제2부 ‘부치지 못한 편지’ 역시 길 위에서 부르는 노래이지만, 시인의 내면 풍경이 훨씬 도드라져 보인다. 시인은 이미 사라져 버린 풍경과 역사와 사람살이의 고단함을 마치 실연의 아픔을 달래는 연서의 풍으로 노래하고 있다.

 

제3부 ‘시간의 풍경’은 시인의 고향인 남도 땅 해남의 바닷가 옛집과 부모님, 그리고 어린 시절의 체험을 담고 있는데, 돌아가신 아버지의 일대기를 노래한 「가묘-소암공 이채근전」을 읽노라면 요즈막 어느 시집에서도 느끼기 어려운 당대의 시대상과 한 사람의 연대기, 사람살이의 정서적 일체감이 마치 옛 선비들의 행장이나 묘비명, 만가를 대하는 것 같다.

 

제4부 ‘향로봉에 그리움을 묻고’는 스무 살 전후의 초기 시들이 엮여 있다. 시인의 시적 정체성이 어디에서 발현되어 정착되었는지를 엿볼 수 있다.

 

“라일락 꽃향기 날리는 남도의 한 교정에서 처음 이형권을 만났을 때 그의 눈빛과 목소리에서 시의 수액이 뚝뚝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40년 만의 첫 시집 『칠산바다』 속을 배회하며 걷는 동안 시는 세월보다 위대함을 느낀다. 1980년대 우리 시의 품격을 고스란히 간직한 이 시집을 들고 젊은 날처럼 빈한한 이 조국산하를 떠돌아도 좋으리.”(곽재구 시인)

 

출처 : https://www.gwangjuin.com/news/articleView.html?idxno=218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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