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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슬의 詩내기

[이상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외

by 정소슬 posted Apr 10, 2010

[이상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외

 


지금은 남의 땅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 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욱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가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를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가쁘게나 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 매던 그 들이라 다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 다오.
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웃어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하늘,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 <개벽> 1926

 

 

 

통곡(慟哭)

 


하늘을 우러러
울기는 하여도,
하늘이 그리워 울음이 아니다.
두 발을 못 뻗는 이 땅이 애닯아
하늘을 흘기는
울움이 터진다.
해야 웃지 마라.
달도 뜨지 마라.


- <개벽> 1926

 


<시인의 약력>
lee_Sang_wha.jpg   이상화 (李相和 1901∼1943)
  시인. 호는 상화(尙火). 대구(大邱) 출생. 경성중앙학교와 일본 도쿄외국어학교 불어과를 졸업하였다. 1922년 현진건(玄鎭健)의 소개로 박종화(朴鍾和)·홍사용(洪思容)·나도향(羅稻香)·박영희(朴英熙) 등과 《백조(白潮)》 동인이 되어 본격적인 문단활동을 시작하였다. 1925년 박영희·김팔봉(金八峰)·김기진(金基鎭)과 함께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동맹(KAPF)>의 창립회원으로 참여하였으며, 1926년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발표하였다. 1927년 의열단 이종암(李鍾巖)사건에 관련되어 옥고를 치르기도 하였다. 《창조》 《폐허》 등의 상징주의·퇴폐주의운동에 가담하여, 초기에는 여러 경향의 시를 썼으나, 그 뒤 현실세계로 눈을 돌리고 신경향파의 대두와 함께 경향성을 띤 작품을 썼다. 주요 작품으로 《말세의 희탄》 《가을의 풍경》 《나의 침실로》 《단조(單調)》 《이중의 사망》 《이별》 《가장 비통한 기원》 등이 있다. 발굴된 작품으로는 백기만(白基萬)의 《상화와 고월(古月)》에 수록된 시작 16편을 비롯하여 58편이 있다. 대구 달성공원에 시비(詩碑)가 세워졌다.

 

Who's 정소슬

profile

브랜드 : 정소슬
메이커 : 1957년식 울산 産
성능/직업 : 비정규직
취미 : 긁적이기, 똥폼으로 사진 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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