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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슬의 詩내기

[백기완] 백두산 천지 外

by 정소슬 posted Apr 10, 2010

[백기완] 백두산 천지 外

 


저∼풋것의 신비인양
영혼의 그림자 드리운
백두산 천지
목에서 황내가 나도록
타오르고 싶어라


이 거친 숨결
이 가쁜 숨결로
압록강 바람결을 거슬러
두만강 뗏목 위 흐득이는
영원한 해방의 노래
독립군의 핏자욱
하늘이 찢어져라
선창하고 싶어라


풀은 풀대로
나무는 나무대로
꽁꽁 얼어붙은
산봉우리마다


미친 듯이 쓸어안아
녹아 내리는 얼음물로
사십 년 동안 묵은 때
사그리 벗고 싶어라


알몸을 도려내는
찬바람이라도 좋다
다시는 쓰지 못할
남의 덮개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다가서는 수줍음
얼굴 붉히며


북으로는
아득한 만주벌판
남으로는


죽신한 묘향산
태백산 줄기를
단숨에 쓸어안던
범의 이야기
설화처럼 묻혀
소근대는 순이네 안채
남몰래 문을 당겨
놀래버린
쟁반 같은 그 사랑
발구르고 싶어라


아아 부서진 철교 아아 부서진 철교
차라리 몸으로 이어라
그 위에 쩔룩이는


남북의 칠천만
갈라진 제 아픔을
목놓아 울면


되돌아 오던
모진 발길이여
이제는 핏발이
배고도 남아


뼛속까지
스며든 상책이
그대로 가 싸우는
이 땅의 표정인 채
온 몸에 지니고


버티느냐
쓰러지느냐
그것은 이미
두 갈래가 아닌
하나의 길이다
삶이냐
통일이냐
그것이야말로
두 갈래가 아닌
하나의 길이라


백두여
천지여
네 가슴 활짝 열어
배알이라도 꺼내
씻고 싶은
맑은 샘물
넘쳐 흘러라


어려운 때일수록
자기를 깎아세운 민족사의
본때를 보일 때가
따로 없나니


저기 저 돌바람에도 안 씻겨
증오가 증오를 부리던
땅거미를 휩쓸고


묵은 상처
되 후비는
노랑내 쪽발이들의 바랜 구호일랑 아예
몽조리 수장해버려라


그리하여 그리하여 남북은
우뚝 손 곳도
후미진 곳도 없는
태평 삼천리
그리움에 쩔은 그리움에 쩔은
백옥 같은 님을 향해
배를 띄워라
돛대 높은 곳엔
사람이 하늘이요
일하는 자가 주인인
조상의 넋(東學)을
나부껴야 한다
암 나부껴야 한다
거기서 거기서
얼과 얼이
부등키게 하고
피가 피가
살을 맞게 하고


그리하여 다시
한밤을 차고 나온
목청 큰
민중으로 하여금
노를 잡혀라
어기여차 떠나가는
사공의 뱃노래 따라
기슭에 꽃잎은
강물을 덮고


버선발로 뛰어나와
한번쯤 뒤돌아 보며
울어대는
흰 옷의 무리들
아, 그것은 결코 꿈이 아니라
우리 다 함께 터져야 할
그 날의 아우성으로
백두여 울어라
천지여 넘쳐라


- <백두산 천지> 1979

 


전지요양 가는 길목에서

 


여기는 지금 어디쯤일까
흙먼지 한참 날리며 달려온
강원도 산비탈 인적 없는 마루턱


벗들은 살점을 뜯어주며
살아서 돌아오라고
살아서 이기고 돌아오라고
몸부림쳤지만
질경이는 밟히는 한이 있어도
바람 따위엔 안 쓰러지는 거
여보게들 거 알지 않는가


까마득한 산중턱엔
더덕 캐는 화전민이
한줌 됫쌀을 사려고
허리 굽는 분노가
산불처럼 산불처럼
목이 타는 덤불 속
그대로 뛰어들어
산사람의 그 짓거릴 하고싶은 건


여보게들 벗이여
정배길 같은 예까지 왔지만
나는 결코 어디에서고
홀로가 아님을
이제사 알겠네그려
저 끝없이 이어지는 산줄기마다
파랗게 무르녹는 병사들


소나무 병사
오리나무 병사
지난겨울 깡추위에 상한
참나무 병사까지
오라오라 따라오라고
지팡일 던지고
허리를 펴고 따라오라고
그 어느 때였던가
바로 이곳에서
나라를 지키고 세상을 건지려다
쓰러진 영웅들의 전설을
깃발처럼 날리며 일어서는
저 천만 군사의 아우성소리


벗이여
살점을 뜯어준 벗이여
이렇게 인적없는 첩첩산
이 골짝에서 만약
내가 살아서 돌아간다면
반드시 내 속에 병마 놈들이 박아 놓은 살과 싸워
이기고 돌아가는 줄 알라


그러나 만약
돌아가지 못한다면
이렇게 전해달라
결코 죽어서 못 가는 것이 아니라고
저 아우성 소리
저 이름 없는 영웅들의 전설에 묻혀
한 여름엔 비바람과 싸우고
또다시 쓸쓸한 가을이
가랑잎으로 한 잎 두 잎 떨어져도
겨울을 박차고


개나리 진달래 피는
새봄을 위하여


그들 푸른 병사들과 묻혀 있다고
묻혀서 사랑하는 내 조국땅 통일을 위한


- 1981년 5월, 추곡약수터로 신병치료 하러 가는 길 산마루턱에서

 

 

 

<시인의 약력>
baek_ki_wan.gif  백기완 (白基玩 1933∼  )
  1932년 황해 은율 출생
  1967년 백범사상연구소 소장
  1987년,1992년 대통령 후보
  1988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1990년 전노협 고문
  2000년 한양대학교 겸임교수
  1999년~현재 계간지 <노나메기> 발행인
  저서 <항일민족론> <백범어록> <통일이냐 반통일이냐>
  수필집 <자주고름 입에 물고 녹색치마 휘날리며> <벼량을 거머쥔 솔뿌리여> <장산곶매 이야기> <이심이 이야기> <우리겨레 위대한 이야기> <그들이 대통령이 되면 누가 백성노릇을 할까> <나도 한때 사랑을 해 본 놈 아니요>
  시집 <이제 때는 왔다> <젊은 날> <백두산 천지> <아! 나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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