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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슬의 詩내기

[설창수] 개폐교(開閉橋) 外

by 정소슬 posted Apr 13, 2010

[설창수] 개폐교(開閉橋) 外

 


짓밟음, 바람비, 수레바퀴, 침뱉음을
오랜 동안 말 없이 참아 온 내다.
내 등덜미의 살결은 메마르고
뼈, 힘줄, 주름살, 흉터만이 남아 있다.
디디어 보라, 내 껍질은 따글거린다.


이제 난 일어선다.
성낸 쟈이안트처럼 감연히 일어선다.
예각(銳角)화된 내 등덜미 위에
아무도 기어오르지 못한다.


내 두 줄기 동정맥(動靜脈)은 불꾼 번쩍이고,
내 머리카락은 끊어진 양 곧게 뻗어
난 이 때 발목으로 자유를 보장한다.
난 푸른 항만(港灣)의 숨통을 해방한다.
난 양양(兩洋)의 등경을 연결한다.


내 성낸 궐기는 모든 세속적 타협을 모른다.
내 아슬아슬히 목 없는 견평선(肩平線)―
접속철판의 냉엄한 감각 위에
한 마리의 비둘기도 날아 앉지 못한다
―미모도 공갈도 특권도 아유도.


난 무자비한 괴한이 아니다.
외로운 어머니의 복약 시간을,
첫 청춘의 밀회 시간을 막으려곤 않는다.
난 규율과 섭리 앞에 순종할 뿐,
난 배신을 모른다.


난 위대한 원시인이다.
난 위대한 문명인이다.
서건 눕건
난 위대한 노예다.


- <개폐교> 백양당, 1950

 

 


적막(寂幕)

 


뭇 벌레들이 울고 있다
만뢰는 깊이 잠들고.


내 어릴 적과 꼭 같이
장독엔 달이 고인 밤이다.
내 떠난 그날에도 꼭 같이
울어 줄 곡조로.


내 나기 전에도
장독엔 달이 고여 있었으리.
내 떠난 뒤에도 뭇 벌레들은
설리 울어 주리.


이런 영원한 설움이 있을 리야.
아 아마 적막의 숨결이러니.


모두 숨결이러니.


- <설창수전집2> 시문학사, 1986

 


<시인의 약력>
seol_chang_soo.jpg   설창수 (薛昌洙, 1916∼1998)
  시인. 호는 파성(巴城)이며, 1916년 1월 16일 경상남도 창원에서 태어났다. 1937년 진주농업학교를 졸업한 뒤, 일본으로 유학하여 1939년 리쓰메이칸대학 예과를 다니다 중퇴하고, 1942년 니혼대학 법문학부 예술과를 중퇴하였다. 일제에 사상범으로 체포되어 2년의 옥고를 치렀다. 8·15광복 후 1946년 《경남일보》 주필 겸 사장을 맡았으며, 좌익 문학단체에 대응하는 조선청년문학가협회에 참여하였다. 1947년 동인지 《등불》에 〈창명(滄溟)〉 등 4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등단하였다.
  1949년 영남예술제(1959년 개천예술제로 변경)를 창시하였으며, 문교부 예술과 과장을 지냈다. 1960년 4·19혁명 직후 총선에서 6년 임기의 참의원에 당선되었으나 5·16군사정변으로 정계를 떠났다. 이후 군사정권과 타협하지 않고 독재타도에 앞장서기도 하였다. 1951년 이후 전국을 돌며 223회의 시화전을 열었으며, 1972년 일본에서도 2차례 열었다.
  1957년과 1965년, 1975년, 1988년 네 차례 국제펜대회에 한국대표로 참가하였다. 1981년 한국문학협회 이사장, 1986~1994년 광복회 부회장을 지냈으며, 1994년 인간 상록수로 추대되었다. 1959년 제1회 눌원문화상을 비롯하여 진주시 문화상, 대통령 표창 독립유공상, 건국훈장 애족상(1990), 은관문화훈장(1990), 예총 예술대상, 향토문화대상 등을 받았다.
  짙은 역사의식 속에서 탈(脫)주지주의적 정신주의를 추구하는 작품 활동을 하였으며, 시집 《개폐교(開閉橋)》(1950)와 《설창수 시선》(1976), 수필집 《성좌 있는 대륙》(1960), 산문집 《청수헌산고(聽水軒散稿)》 외에 100여 편의 희곡도 남겼다. 1984년 시·수필·희곡 등을 모아 《설창수전집》(6권)이 간행되었다. 1990년 그의 시 정신을 기리는 파성문학상이 제정되어 허유가 첫 수상자가 되었다.

 

Who's 정소슬

profile

브랜드 : 정소슬
메이커 : 1957년식 울산 産
성능/직업 : 비정규직
취미 : 긁적이기, 똥폼으로 사진 찍기
잡기 : 음치, 몸치, 길치... 등 중증 치과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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