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간다 / 최상해

by 정소슬 posted Jun 18,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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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간다 / 최상해


밀양밀양 하고
입안에 되뇌기만 해도
부드러운 햇살이 미량미량……
온몸을 감싸던 밀양 간다

언제였더라, 영남루에 올라
강에서 불어오는 바람도 부러워했던 기억
그런 기억을 애써 더듬으며 밀양 간다

동그랗게 동그랗게 서로 몸을 의지하며
소곤소곤 흐르는 밀양강 같은 사람들이 사는
밀양 간다

76만5천 볼트를 전송하는 송전탑이
날벼락처럼 떨어지고부터
밀양강으로 햇살이 떼로 몰려왔다
산산이 사라진 자리마다
무성한 소문들만 둥둥 떠다닌다는
밀양 간다

밀주교를 지나 남천교를 빠져나가면서도
햇살 같은 내 기억들
강물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밀양,

지난여름 가혹한 시간을 견뎌내느라
산이며 들이며 강이 만신창이가 되는
밀양,

나, 오늘 밀양 간다

- 시집 『그래도 맑음(2016, 문학의전당)』에서


<최상해>
choi_sang_hae.jpg
강원도 강릉 출생. 2007년 『사람의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그래도 맑음(2016, 문학의전당)』. 경남작가회의 회원과 객토문학 동인.


<감상>
가히 '밀양사태'라 한만큼 긴 세월이었다. 국내 각 백과사전과 역사서마다 기록될 만큼 사회적 영향을 미친 사건이었다. 사실 사태의 원인이 된 송전선은 밀양만의 문제가 아니다. 울산 신고리원자력발전소 3호기로부터 창녕군의 북경남 변전소까지 전력을 보내는 송전선이고 보니 영남지역 5개 시·군(울산 울주군, 부산 기장군, 경남 양산시·밀양시·창녕군)을 경유하는 총 길이 90.5㎞에 이른다(한전 자료). 그런데 왜 밀양만 문제로 부각되었을까? 그것도 대부분 70대 이상 노인들이 사는 순박한 산골 할아버지할머니들이, 
조용하고 편안하게 보내야할 말년을 맨땅의 천막 농성장에서 
무려 10년간이나, 
그러는 사이 몇을 하늘나라로 떠나보내야 했던,

그 '밀양'이
우리나라 3대 아리랑 중 하나라는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그 '밀양'이
눈물보 전도연을 또 울게 만들었던 이창동 감독의 그 '밀양'이

요즘 다시 뜨겁다.

이른바 '영남권 신공항'이다. 부산의 '가덕도'와 경남 '밀양'을 두고 주위 단체장들은 물론 여야 정치인까지 총출동하여 필사의 변을 토하고 있다. 나날 사생결단의 투석전이다..
평밭마을 농성장 못지 않다.

흔히 말하는 님비(Nimby : Not In My Back Yard), 혹은 핌피(Pimfy : Please In My Front Yard)라는 외래 신조어 속에다 가둔다고 쉬이 해결될 일로 보이지 않는다.

높은 이들이 쏟는 말(票플리즘) 한 마디에
'산이며 들이며 강이 만신창이가 되는'
이 나라 백년대계 만년지계
'밀양밀양'을 넘어 '귀양'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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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 정소슬
메이커 : 1957년식 울산 産
성능/직업 : 비정규직
취미 : 긁적이기, 똥폼으로 사진 찍기
잡기 : 음치, 몸치, 길치... 등 중증 치과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