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소통, 어떻게 해야 하나? / 임동윤

by 정소슬 posted Mar 23, 2016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어느 시 전문 계간지의 권두언(소금의 말)에 깊은 울림이 있어 옮겨봅니다.

*. 옮긴 책 : 계간 《시와 소금》 2016년 봄호

 

 

■ 소금의 말

 

시의 소통, 어떻게 해야 하나?

 

 

임 동 윤

(《시와 소금》 발행인 겸 주간)

 

 

 

다시 봄을 맞습니다. 영하 20도를 오르내렸던 혹한의 겨울도 가고 누가 오라고 한 것도 아닌데 봄은 와서 눈부시게 환한 꽃들을 피워 올립니다. 눈 닿는 곳마다 연둣빛 물감이 올망졸망 달려있습니다. 문예지마다 의욕에 찬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계절입니다.

 

돌아보면 2015년은 유난히 쓸쓸하였습니다. 많은 발표지면으로 시인들의 호응을 얻었던 월간 《유심》이 갑작스런 휴간을 했고 《세계의 문학》이 정기구독자가 급감하여 끝내 종간하는 아픔을 맞기도 하였습니다. 이런 일들이 올해는 제발 일어나지 말아야할 텐데… 정말 걱정이 됩니다. 문예지의 존속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요즘, 그 원인은 여러 가지 있겠으나 가장 큰 이유는 독자가 등을 돌린 탓이라고 여겨집니다. 많은 부수를 발행하던 문예지가 정기구독자를 잃어버리고 끝내 문을 닫아야만 하는 작금의 사태(?)는 문예지의 발행인과 편집진, 그리고 필진에게 있다고 여겨집니다.

 

요즘 문예지에 발표되는 시들을 보면 왜 이 시를 발표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시의 내용은 알 수도 없고 또 지나친 현실부정의 특징을 지니고 있어서 우리 정신을 고양시키는 시 정신은 좀처럼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우리의 삶과는 너무나 괴리된 지나친 환상과 관념의 언어유희가 봇물처럼 터져있는 것을 봅니다. 삶에 대한 깊은 성찰도 없이 언어를 이리 비틀고 저리 비틀어서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문학의 존재이유가 우리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고양시켜야 한다고 볼 때 가장 기본적인 것은 서로 간의 깊은 소통입니다. 문학의 정수라고 하는 시야말로 더 큰 소통을 전제로 해야 합니다. 그런데도 오늘날의 시들은 대부분 독자와의 소통을 무시한 채 스스로 도취하여 제멋대로 쓰고 있습니다. 이런 시들을 문예지에 게재해놓고 독자들에게 정기구독을 강요하기엔 너무 낯간지러운 일입니다. 이제 늦은 감은 있지만 불통을 소통으로 바꾸는 생각으로 문예지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때라고 생각됩니다.

 

 은 시란 무엇을 말하는 걸까요. 가장 큰 조건은 시정신이 살아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시는 상처받은 인간을 구원하는 영혼의 등불입니다. 결핍과 고독한 사람에게 따뜻한 등불을 켜는 존재입니다. 따라서 시인은 가난하고 외로운 자들의 궁핍한 마음을 품고 삶의 긍정으로 이끌어야할 책무를 지닙니다. 익숙함과 오랜 타성의 낡은 시 창작에서 벗어나 항상 소통을 전제로 한 새로움을 추구하는 자세를 견지해야만 합니다. 묘사를 통한 이미지의 구축, 지나친 진술의 자제, 다른 사람과는 다른 새로운 상상력, 삶에 깊은 감동성을 주는 주제 등등… 소통을 전제로 한 시인의 안목과 문예지 발행인의 작품선별 능력을 쇄신할 때라고 여겨집니다. 독자가 이해할 수 없는 방향으로 문예지를 발간한다면 정기구독자를 결코 배가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독자를 무시하고 시인들의 전유물로 문예지를 만든다면 그 끝은 폐간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습니다. 재정적자에 허덕이다가 문을 닫고 말 것이 자명하기 때문입니다. 설령 발행인이 돈이 많아서 정기구독하고는 상관없다고 하더라도 읽어줄 독자가 없다면 그 문예지를 발행할 무슨 명분이 있겠습니까.

 

시가 없는 세상은 이제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문명이 발달하면 발달할수록, 너와 나 사이가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우리는 시를 애타게 갈구합니다. 그것은 시가 우리의 몸이요 생명이요 구원이기 때문입니다. 날마다 시를 생각하고 사랑한다면 우리 분명 좋은 작품을 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 독자와 소통하는 즐거움을 매일 매일 누렸으면 좋겠습니다.

 

<임동윤>

1333794694-3.jpg

1948년 경북 울진 출생. 1968년 강원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으로 『사람이 그리운 날』외 다수. 현재 계간《시와 소금》발행인 겸 주간.

 

Who's 정소슬

profile

브랜드 : 정소슬
메이커 : 1957년식 울산 産
성능/직업 : 비정규직
취미 : 긁적이기, 똥폼으로 사진 찍기
잡기 : 음치, 몸치, 길치... 등 중증 치과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