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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슬의 詩내기

공영방송 제자리찾기 몸부림에 응원을

by 정소슬 posted Jun 23,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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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이제 그만 웃기고 회사를 떠나라”

 [한국일보] 이희정 미디어전략실장 | 등록 : 2017.06.23 18:23 | 수정 : 2017.06.23 18:23

 

 

 

 

암흑의 9년 견딘 MBCㆍKBS 구성원들

“김장겸ㆍ고대영 물러나라” 한 목소리

공영방송 제자리찾기 몸부림에 응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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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구성원들이 지난 2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김장겸 사장과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제공

 

 

올해 인상 깊게 본 책 중 하나가 ‘영어책 한 권 외워 봤니?’다. 초보자들에게 ‘영어 울렁증’을 극복하는 길을 일러주는 책이다.

 

저자는 김민식 MBC PD. 이력이 독특하다. 공학도 출신으로 영업사원, 통역대학원을 거쳐 드라마 PD가 됐다. 이 책이 화제를 모은 건, 소개한 영어회화 책까지 베스트셀러에 오를 만큼 알찬 학습안내서여서만이 아니다. 늘 꿈을 꾸고 꿈을 좇되 허황되지 않고 쉼 없이 노력하되 매 순간을 즐길 줄 아는 저자의 삶의 태도에 끌리고 설득 당한 독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매사에 심드렁하던 내가 그랬듯이.

 

드라마 ‘내조의 여왕’ 등으로 이름깨나 날린 그이지만, 노조 활동으로 미운 털이 박혀 현장에서 쫓겨난 지 오래다. 주조종 송출실에서 이른바 ‘유배 중’인 그가 최근 일을 냈다. 지난 2일 MBC 사옥 안에서 MBC를 망친 주범 중의 하나로 꼽히는 사장을 향해 “김장겸은 물러나라!”를 연호하며 그 광경을 페이스북 라이브로 ‘생중계’한 것이다. 그는 ‘업무방해, 직장질서 문란’으로 인사위원회에 회부돼 대기발령 상태다. 그러나 조횟수 3만2,000회를 기록한 영상의 반향은 컸다. 릴레이 ‘라이브 시위’가 벌어지고, 기자 PD 아나운서 기술직 등 전 직종과 지역MBC를 망라한 구성원들의 기명 성명 발표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2013년 입사한 공채 막내 기자들은 21일 푸르렀던 꿈을 빼앗긴 슬픔, 그리고 새로운 다짐을 담아 꾹꾹 눌러 쓴 대자보를 붙였다. “MBC는 더 들끓어야 합니다. 지금 회사를 이 꼴로 만든 건 다름 아닌 ‘침묵’과 ‘묵인’이었습니다. (중략) 비로소 ‘말과 글의 힘’으로, 기죽지 않는 당당한 행동으로, 우리는 MBC를 바꿔낼 것입니다.” 22일엔 예능PD 47명이 성명을 냈다. 이들은 “노래 한 곡, 자막 한 줄까지 간섭”하며 “생각하지 말고, 알아서 검열하고, PD가 아니라 노예가 되라”고 강요하는, “웃겨 죽지만 도저히 웃을 수 없는” 현실을 고발하며 이렇게 외쳤다. “가장 웃기는 건 이 모든 일에 앞장섰던 김장겸이 아직도 사장이라는 사실이다. 이제 그만 웃기고 회사를 떠나라. 웃기는 건 우리 예능PD들의 몫이다.”

 

MBC뿐이 아니다. KBS 구성원들도 ‘고대영 사장 퇴진’ 투쟁에 나섰고, YTN에선 조준희 전 사장 퇴임 이후 신임 사장 공모에 2008년 해직된 노종면 기자가 출사표를 던졌다. 전국언론노조는 지난 정권에서 각 언론사 요직을 꿰차고 불공정 보도와 노조 탄압에 앞장섰던 이들을 열거한 ‘언론장악 부역자 명단’을 발표하며 ‘적폐청산’을 외치고 있다.

 

한편에서는 정권 교체 이후 봇물처럼 터져 나온 이런 움직임들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심지어 언론사 내부의 자발적 외침들에 색깔론을 들이대고 현 정부의 ‘또 다른 언론장악’ 아니냐는 억지를 부리기도 한다. 오래 억눌렸던 분노가 분출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현상과 오가는 말들에 거친 구석이 없지 않다. 그러나 ‘엠빙신’ ‘김비서’ 따위의 조롱 속에 “웃겨 죽지만 도저히 웃을 수 없는” 현실을 견뎌야 했던 이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또 다른 언론장악’ 같은 모욕적인 언사를 뱉어서는 안 된다.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9년은 공영방송과 공적 언론사들에 ‘암흑의 시대’였다.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이명박 정부가 기형적 지배구조를 악용한 낙하산 사장 임명으로 족쇄를 채웠다면,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참사 등에서 노골적인 보도 개입으로 재갈을 물렸다. 그 사이 수많은 기자ㆍPD들이 노트북과 마이크를 뺏기고 현장에서 내쫓겼다. 더 무슨 말이 필요할까.

 

김민식 PD는 최근 주간경향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줄탁동시( 啐 啄 同 時 )란 말 있잖아요. 달걀 안의 병아리와 어미가 함께 쪼아야 나올 수 있다는. 중요한 것은 알 안의 병아리가 먼저 쳐야 합니다. (중략) 지금은 안에서 우리가 깨어났다는 것을 알릴 때예요. 안에서 뭐라도 하면서 강력한 의지를 보이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공영방송의 제자리 찾기는 이제 첫 발을 뗐다. 순탄치 않을 그 길, 응원을 보낸다.

 

이희정 미디어전략실장 jaylee@hankookilbo.com

 

 

출처 : http://www.hankookilbo.com/v/a3f3397a931a44d39bbd3d767f9cb8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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