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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슬의 詩내기

2008.02.23 백천암-4

by 정소슬 posted Mar 21,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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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카메라 하나 둘러메고

백천암(栢川庵: 울산광역시 울주군 범서읍 굴화리) // 2008년 2월 23일


Oriental Miracle_baksejin

이 음악의 출처는 [공개음악 프로젝트]이며, 상업적 사용은 저작자(baksejin@hotmail.com)와 협의가 있어야 합니다.

 

 

오늘도 카메라 하나 둘러메고

길을 나섰다.

길은 어제 못 뵌 백천암 현법 스님을 향해 나 있었지만

실은 나를 찾아가는 길이었다.

 

거기,

 

외지고 추운 곳에서 고독한 은둔을 즐기는 스님이 괜히 그리운

무작정한 내 마음을 따라가고 있었다.

 

오늘따라 바람이 심하여 귓볼이 시렸지만

산천은 봄이었다.

백천못에 가득 든 못물이 그걸 말하고 있었다.

근일 비가 온 것도 아니고, 눈이 내린 것도 아닌, 겨울 건초가 메말라

건조주의보까지 내려진 봄 가뭄인데

 

 

 

못에 물이 넘쳐나다니

더구나 봄이면 싹을 틔우기위해 수목에겐 물이 더욱 필요할텐데

도리어 물을 내놓아 냇가의 물길을 살려 놓다니

자연의 은혜란 게 그런 것이 아닐까?

 

 

 

 

 

 

 

움츠릴수록 가시가 더욱 뾰족이 서는, 꼭 나를 닮은 두릅나무 가시는

내 렌즈 속의 영원한 탐험 대상이다.

 

수년 전 이 일대를 모두 태워버린 화마의 흔적이 아직 남아 있었다.

 

꼭 십자군의 깃대 같다. 

누군가는 이 하나도 거룩한 비목으로 간직할지 모른다.

 

소나무를 파고든 칡덩쿨

 

그래도 소나무는 불편한 기색이 없다.

 

같이 어우러 살자고 살(肉)까지 내 주었다. 

 

저, 더 키워 목도리 하나쯤 만들어

두르고 다니며 뽐내고 싶다!

 

아무리 봐도 그 강아지 참 복 스럽다. 

 

절에 당도하여 이리저리 둘러보는데

 

으...??? 어젠 분명히 없었는데...

 마른나무를 잘라 가지런히 쌓아놓은 모습이 스님 흔적이 분명했다. 

 

혹시 어제 내가 떠난 뒤 오셨을까? 아니면 오늘 아침...?

 

그래, 서재에 계실지도 모른다고 그리로 향했으나 안 보였다. 

 

그런데 이 두릅나무, 죽은 가지를 껴안고 있는 모습이 셔트를 누르게 했다.

아무렇지 않게 주검을 안고 살다니...

 

대다수 나무들은 이렇게 죽음과 동거한다. 윤회의 한 자락.

인간만이 주검 또는 죽음과 결별하려 안간힘하며 산다.

 

다시 법당으로 돌아왔다. 

 

스님의 불상을 찍는 건 처음 같다. 혹시 무례가 아닌지하여... 아무튼 찍었다.

 

그런데 불상 옆에 꽃이 걸려 있었다. 국화가 말라 있었다. 

누가 바친 걸까? 스님이...? 찾은 불자가...?

아무튼 사랑은 아름다운 거다. 사랑이야말로 가장 경배 받을 마음이다.

 

법당 안 탱화를 찍는데 내 모습만 찍혔다.

당연하다. 내 마음 속엔 아직 저 많은 어느 부처도 들어와 있지 않기 때문일 거다.

 

죽음이 아름다운 건

그 위에 예쁘게 돋아난 새 생명이다.

그것이 비록 쓸모없어 보이는 독버섯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이건 또 무얼까?

무나 배추를 묻으려 파신 건 아닐 거 같고... 그러기엔 너무 깊고 크다.

 

혹시 여기다 기거하실 방으로...?

수행 수도하기 위한...??

 

이것저것 궁금증을 쌓으며

스님의 연못가 강아지 꼬리를 찍고 있는데...

 

스님이 오셨다. 처사 두 분까지 대동하고... 

 

오시자마자 곡차 상을 준비하신다. 

 

누군가 갖다놨다는 과일 몇을 올려 놓으니 상이 그득하다. 

어제, 빈 상만 덩그러이 놓여있던 자리에 넷이 둘러앉으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같이 오신 두 분, 기어코 렌즈 안에 안 들려하고

 

스님 모습만 찍었다. 마실 나갔다 오시는 길이라 했다.

스님 말씀 중에 가끔씩 노가다 나간다는 말에 모두 웃었다. 이슬 먹고 살지 못하잖냐고...

주기적으로 오는 불자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산이 좋아 산에 들었고, 그러다 스님이 되었고...... 

 

인간사 구구절절한 인연을 버리려 산에 든 분에게 뭘 더 여쭙겠는가.

 

궁금증에 더 꼬치꼬치 캐묻는다면 내어오신 요깃거리만 민망해질 것이다.

 

모시고 오신 처사 두 분은 술이 거하여 먼저 내려가셨다.

 

스님은 죽은 곁가지 하나에도 불상으로 조각해 놓으셨다.

 

으- 그런데 스님께서...

 

내가 내려갈 길을 손수 삽질해 주신다. 

 

"다시 또 오겠습니다!"란 인사를 남기고 총총 내려오는 길,

 

어제 못 보았던 버들강아지에 핀 꽃을 보았다.

고은 선생의 싯귀가 떠올랐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그 꽃/고은)

 

저 꽃이 혹시 우담바라가 아닐까?

 

하지만 내 가슴 속엔 어지러운 번민만이 범람할 뿐이었다.

 

 

 

 

 

 

 

 

 

사진 촬영 & 편집 : 정소슬

 

<끝>

 

Who's 정소슬

profile

브랜드 : 정소슬
메이커 : 1957년식 울산 産
성능/직업 : 비정규직
취미 : 긁적이기, 똥폼으로 사진 찍기
잡기 : 음치, 몸치, 길치... 등 중증 치과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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